그룹 방탄소년단이 제61회 그래미 시상식 참석을 위해 미국 땅을 밟은 지난 10일. 서울 영중로에 있는 CGV 영등포점은 아미(방탄소년단 팬클럽)들로 북적였다. 전날부터 상영한 영화 ‘러브 유어셀프’(LOVE YOURSELF)의 아미밤 상영회를 보기 위해 모인 이들이었다. 지난해 8월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서 열린 동명의 공연 실황을 담은 이 영화는 지난달 26일 국내를 비롯해 전 세계 95개국에서 개봉했다. 아미밤 상영회는 방탄소년단의 공식 응원봉인 ‘아미밤’을 들고 영화를 관람할 수 있는 특별 이벤트다.
‘이미 선택된 좌석’…아미를 얕봤다
아미밤 상영회를 직접 느껴보고 싶었다. 하지만 기회는 쉽게 허락되지 않았다. ‘콘서트도 아니고 영화인데’라며 여유를 부린 게 패착이었다. 뒤늦게 예매 페이지에 접속해보니 이미 전 좌석이 팔린 상태였다. 아뿔싸. 간혹 1~2개씩 취소표가 생겼지만 죄다 앞쪽이었다. ‘목 디스크 오겠다’며 외면했다. 두 번째 패착이었다. 하루는 5열 좌석을 발견하기도 했다. 그러나 좌석을 선택한 순간 ‘다른 고객이 결제 중인 좌석입니다’라는 안내 문구가 떴다. 학창시절부터 이어온 온갖 ‘덕질’ 덕분에 티켓팅엔 도가 텄다고 생각했는데…. 영화를 예매하면서 이런 안내 문구를 보게 될 줄은, 정말이지 몰랐다.
어렵사리 10일 저녁 표를 구할 수 있었다. 욕심을 버리고 가장 앞줄 좌석을 예매한 덕분이다. 극장에서 한정 수량으로 판매하던 아미밤은 이미 매진된 상태였다. ‘예상대로군.’ 하지만 티켓 발권기 앞에도 긴 줄이 서 있는 건 예상 밖의 일이었다. 포토 티켓을 발권할 수 있는 창구에 관람객들이 늘어선 것이었다. 팬들 사이에선 멤버들의 얼굴을 담은 영화 티켓이 ‘굿즈’로 통한다. 나도 정국의 얼굴이 새겨진 티켓을 가질 수 있다면 좋으련만…. 길게 늘어선 줄에 발걸음을 돌렸다.
응원 구호는 기본, ‘스탠딩’도 불사
아미들의 얼굴엔 설렘이 가득했다. 아미밤을 지참하지 못한 건 나뿐인 것 같았다. 텅 빈 두 손이 민망해 애꿎은 콜라병만 그러쥐었다. 화면 중앙에 영화의 시작을 알리는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의 로고가 등장하자 객석에선 환호가 터져 나왔다. “꺄아아악” “파이팅” “내 새끼” 등등 제각각으로 쏟아지던 응원은 첫 곡 ‘아이돌’(IDOL)의 전주가 시작되자마자 하나가 됐다. “김남준! 김석진! 민윤기! 정호석! 박지민! 김태형! 전정국! BTS!” 공식 응원 구호를 외치는 아미의 목소리엔 힘이 넘쳤다.
영화는 ‘알짜배기’였다. 공연에서 공개된 VCR 영상이나 멤버들의 이야기를 편집한 대신, 춤과 노래를 보여주는 데 집중했다. 거대한 화면은 신세계를 보여줬다. 멤버들이 무대 도중 싱긋 미소를 짓거나 눈짓을 주고받는 모습이 화면에 포착될 때마다 함성은 더욱 높아졌다. 아미들은 격렬하게 영화를 즐겼다. 노래마다 응원 구호를 외치는 건 물론이고, 때론 가수가 됐다가 때론 래퍼가 됐다. ‘런’(Run) 무대에서 화면 속 멤버들이 “에브리바디 스탠드 업”이라고 말하자, 아미들은 일제히 일어났다. 아미밤은 콘서트 현장에서처럼 빛깔과 발광형태가 바뀌어 흥을 돋웠다.
극장에서 만난 32세 여성 심성아씨는 “(월드투어는) 국내공연보다 해외공연이 훨씬 많은데, 해외까지 가기는 어렵지 않나. 그런데 영화로나마 콘서트를 현장감 있게 즐길 수 있어서 좋았다”고 했다. 심씨와 동행한 김도영씨는 “우리 둘 다 잠실에서 열린 콘서트에도 다녀왔다. 당시 공연장은 워낙 넓어서 현장감을 즐기는 정도였는데, 극장에선 멤버 한 사람 한 사람의 얼굴이 다 보이고 노래도 잘 들려서 몰입하기 좋았다”며 맞장구를 쳤다.
영화를 6~7번이나 봤다는 심씨와 김씨처럼 ‘러브 유어셀프’는 충성도 높은 ‘n차 관람객’이 많다. 재관람률은 11%가 넘는다. 아미의 성원에 힘입어 영화는 이 주 주말에만 1만 9357명을 동원하며 누적 관객 34만을 돌파했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