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임 사각지대 놓인 女 경제적 이유 등으로 낙태 결심

피임 사각지대 놓인 女 경제적 이유 등으로 낙태 결심

기사승인 2019-02-14 15:55:11

임신 경험이 있는 여성 중 20%는 인공임신중절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학업이나 직장에 영향’, ‘경제적 상황’ 등의 이유로 낙태를 고려한 경우가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인공임신중절을 했을 당시 콘돔이나 자궁 내 장치 등 피임 방법을 사용한 비율은 12.7%에 그친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14일 보건복지부의 연구용역을 위탁받아 진행한 ‘국내 인공임신중절 실태조사’를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지난 2011년 조사 이후 7년 만에 이뤄진 정부 차원의 조사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다만 현행법상 불법인 인공임신중절의 민감성 및 특수성으로 인해 온라인 설문조사로 진행됐다. 조사는 지난 2018년 9~10월 만 15세~44세 이하 여성 1만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인공임신중절을 경험한 여성은 756명이었다. 성경험이 있는 여성(7320명)의 인공임신중절 경험률은 10.3%, 임신경험 여성(3792명)의 인공임신중절 경험률은 19.9%로 나타났다.

인공임신중절 횟수는 1~7회로 다양했으며, 평균 1.43회였다.

낙태를 한 당시 연령은 17세부터 43세 사이로 평균 28.4세였다. 당시 혼인상태는 미혼이 46.9%로 가장 많았고, 이어 법률혼 37.9%, 사실혼‧동거 13.0%, 별거‧이혼‧사별 2.2% 순으로 많았다.

인공임신중절을 했을 당시 콘돔, 자궁 내 장치 등의 피임방법을 사용한 비율은 12.7%에 불과했다. 반면 질외사정법·월경주기법과 같은 불완전한 피임방법 사용은 47.1%, 피임하지 않은 비율(응급피임약(사후) 복용 포함)은 40.2% 수준으로 높았다.

당시 피임을 실천하지 않은 이유로는 ▲“임신이 쉽게 될 것 같지 않아서”라는 응답이 50.6%로 가장 높았으며, 이어 ▲“피임도구(콘돔 등)를 준비하지 못해서” 18.9% ▲“파트너가 피임을 원하지 않아서” 16.7% ▲“피임방법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해서” 12.0%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피임을 항상 하거나 대부분 하는 경우는 여성 본인이 63.3%, 파트너가 68.4%였다. 19세 이하와 20대에서는 여성 본인이 각각 83.8%, 79.4%로 파트너(80.9%, 77.6%)보다 높았다.

임신 사실을 파트너에게 말한 비율은 95.0%였다. 임신사실을 말했을 때 파트너의 반응은 ▲“내 의사와 선택을 존중하겠다고 했다” 43.0% ▲“아이를 낳자고 했다” 34.0% ▲“인공임신중절을 하자고 했다” 20.2% 등으로 조사됐다.

파트너가 인공임신중절을 하자고 한 비율은 응답자 여성의 당시 혼인 상태가 미혼일 때 가장 높았고(26.2%), 이어 사실혼·동거 19.8%, 법률혼·별거·이혼·사별은 13.5% 순이었다. 법률혼·별거·이혼·사별 집단은 “아이를 낳자고 했다”라고 응답한 비율이 42.2%로 높았다.

전체 임신중절경험자 756명 중 수술만 받은 여성은 90.2%(682명), 자연유산유도약 등 약물 사용자는 9.8%(74명)였다. 약물사용자 74명 중 53명이 약물로 인공임신중절이 되지 않아 의료기관 등에서 추가로 수술을 실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인공임신중절 시기는 평균 6.4주로 나타났고, 누적비율로 보면 임신주수가 4주 이하 31.5%, 8주 이하 84.0%, 12주 이하는 95.3%였다.

인공임신중절을 고려하게 된 주된 이유 2가지를 조사한 결과, ‘경제상태상 양육이 힘들어서’가 46.9%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다음으로 자녀를 원치 않아서, 터울 조절 등 ‘자녀계획’이, ‘학업, 직장 등 사회활동에 지장이 있을 것 같아서’가 각각 44.0%, 42.0%로 높게 집계됐다.

최종적으로 낙태를 하지 않은 주된 이유로는 ‘태아의 생명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서’가 71.5%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연구를 진행한 이소영 보건사회연구원 인구정책연구실 연구위원은 “조사결과, 여성들은 피임 지식 및 정보 습득, 피임 실천, 인공임신중절 경험 과정 등에서 취약성과 어려움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이에 피임·임신·출산에 대한 남녀 공동책임의식 강화, 원하지 않는 임신 예방을 위한 성교육 및 피임교육, 인공임신중절과 관련된 체계적인 상담제도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가차원에서 출산과 양육에 있어서 사회·경제적인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한 적극적인 정책 지원도 필요하다”며 “인공임신중절 경험 여성과 경험하지 않았지만 낙태를 고려한 여성 모두 결정 내지는 고려 사유의 상당부분이 사회경제적 배경에 있음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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