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측에 장애인 체육 선수 채용을 알선하고 돈을 받는 신종 브로커가 활개를 치고 있다. 이들은 국내 유력 경제단체와 업무 협약까지 맺고 활발히 영업 대상을 늘려가고 있다.
전국장애인체육진흥회(이하 진흥회)는 기업 측에 장애인 체육선수 고용을 알선하는 업체다. 이들은 장애인 체육 활성화와 장애인 선수를 지원한다고 홍보하고 있다. 경기 평택시 지자체를 통해 확인한 바에 따르면 진흥회의 업종은 ‘유료직업소개소’다. 기업은 장애인 선수와 형식적인 고용 계약만 체결해 '장애인 의무고용률 기준'을 채우고, 해당 장애인 근로자에 대한 실질적인 관리는 모두 진흥회가 맡는다. 장애인 선수는 자신을 고용한 회사에서 근무하지 않는다. 대신 체육관에서 운동을 하는 것으로 근로를 대체한다. 체육활동이 근로시간으로 계산되는 것이다. 기업은 진흥회로부터 제공받은 근태보고서를 정부에 제출, 장애인 고용 증빙 자료로 활용한다.
문제는 진흥회의 영업 방식이 고용노동법 위반 소지가 상당하다는 점이다. 진흥회는 지난 2016년부터 기업들과 업무 위탁 계약을 맺고, 매월 고용된 장애인 체육 선수의 수만큼 관리비를 받아왔다. 경증 장애인 월 10만원, 중증 장애인 월 30만원이다. 이 업체를 통해 고용된 장애인은 현재 471명에 달한다. 진흥회가 기업 측에 제시하는 계약기간은 통상 1년이다. 그러나 유료직업소개사업자는 고용노동부 장관이 정하는 직업소개 요금 외에 금품을 받아서는 안 된다. 직업안정법 제19조 3항에 따르면 유료직업소개소 측은 자신들이 소개한 근로자가 3개월 이상 고용계약을 체결할 시, 최대 3개월까지만 소개비를 받을 수 있다. 징수 금액은 근로자 월급의 30%를 넘어선 안 된다. 진흥회가 기업 측에 매월 요구하는 관리비는 법적 근거가 없는 셈이다.
뿐만 아니라 진흥회가 기업에서 관리비를 받는 것은 근로기준법에서 금하는 ‘중간착취’ 행위에도 해당된다. 근로기준법 제 9조는 영리를 목적으로 고용주와 근로자의 중간에 개입해서 이득을 취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고용관계로 연관되지 않은 자는 법률적 근거 없이 타인의 취업에 개입해서는 안 된다.
아울러 파견업체가 아닌 진흥회에서 장애인 선수에 대한 관리 업무를 하고 기업에서 대가를 받는 것은 불법이다. 채용 알선을 넘어 장애인 체육선수의 근태‧복무관리 등에 개입하는 행위는 유사 파견업에 해당한다.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43조는 허가 없이 근로자 파견 사업을 행하는 자에게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한다고 규정한다.
이같은 불법 소지에도 불구, 진흥회는 규모를 확장해나가고 있다. 진흥회 측에 따르면 해당 서비스를 이용 중인 대기업 및 중소기업은 지난 18일 기준 125개사다. 진흥회는 지난달 23일에 평택상공회의소와 장애인 고용지원 및 일자리 창출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국내 경제단체를 대표하는 대한상공회의소의 지역사와 관계를 맺은 것이다. 또 진흥회 측은 자신들을 통한 형식적 고용의 장점을 “회사 내 장애인을 위한 시설 투자비용을 절약”할 수 있으며 “장애인 고용에 소요되는 업무를 간소화 할 수 있다”고 홍보하고 있다. 또 "장애인 체육 직무의 특성상 추후 정규직 전환을 하지 않고 계속 계약직으로 고용할 수 있다"는 점도 강조한다. 장애인 채용에 기업이 기울여야 할 노력과 비용을 줄여주겠다는 제안이다. 기업들은 장애인 고용 할당률을 달성하지 못해 매년 적게는 수백만원에서 수백억대의 고용부담금을 납부하고 있다.
진흥회 측은 자신들의 영업행위가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진흥회 대표이사 A씨는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유료직업소개소는 법정 소개비 한도를 초과해서 받으면 안 되는 것은 안다”며 “우리가 기업에서 받는 관리 비용은 소개비가 아니라 직원 관리의 대가로 받는 것이니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또 진흥회의 관리비 수수 및 운영 방식이 파견근로법과 근로기준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해당 부분은 법적으로 검토해본 바가 없어 확인해보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관리 당국은 진흥회 측의 위법 소지를 인지하지 못했다. 평택지역 유료직업소개소를 관할하는 평택시청 지역경제과 담당자는 “진흥회가 기업에게서 소개비 외에 다른 비용을 받거나 관리 업무를 하고 있는 것은 몰랐다”며 “적절한 조치를 취하기 위해 업체 측에 사실관계를 조사하겠다”고 답변했다.
전문가는 진흥회의 영업방식이 장애인이 사회에 설 자리를 줄이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박왕규 대한법률구조공단 전주지부장은 “진흥회는 장애인에 대해 일반 회사에서 일을 하기 어렵고 체육활동만 해야 한다거나, 단순히 월급만 주는 것이 낫다는 편견을 양산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장애인 고용법의 취지는 장애인이 비장애인 동료들과 어울리며 안정적으로 근무할 환경이 조성된 회사를 늘리는 것”이라며 “진흥회 측의 영업 행위는 장애인이 사회에서 다양한 업무를 맡을 기회를 줄여, 본 법의 취지를 훼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영의 기자 ysyu101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