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건 간(肝) 때문?… 별주부전에 빠진 KBS 드라마

모든 건 간(肝) 때문?… 별주부전에 빠진 KBS 드라마

모든 건 간(肝) 때문?… 별주부전에 빠진 KBS 드라마

기사승인 2019-03-06 07:00:00

모든 문제는 간(肝) 때문이다. 피로회복제 홍보 문구가 아니다. KBS 드라마를 두고 하는 말이다.

KBS에서 현재 방영 중인 4편의 드라마엔 동시다발적으로 장기 이식에 대한 내용이 등장한다.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드라마 속에서 간 타령이 이어진 셈이다. KBS 드라마가 모두 별주부전을 찍고 있다는 우스개가 나올 만 한 상황이다.

KBS2 수목극 ‘왜그래 풍상씨’는 간 이식이 극의 주요 내용이다. 주인공 이풍상(유준상)은 평생 바람 잘 날 없는 동생 넷의 뒤치다꺼리를 하다가 간암을 얻었다. 하지만 동생들은 그가 암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고도 저마다의 이유를 대며 간 기증을 거부한다. 둘째 진상(오지호가)이 뒤늦게 간을 주겠다고 나섰지만, 지방간 판정을 받아 반려됐다. 풍상의 친어머니인 노양심(이보희)이 병원에서 검사를 받는 예고편이 공개됐지만, 이제껏 풍상을 괴롭혔던 그가 수술대에 오를지 미지수다.

이처럼 ‘왜그래 풍상씨’는 주인공이 간 이식을 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알린 뒤, 줄곧 누가 풍상씨에게 간을 줄지 궁금증을 유발하며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지난 1일 전파를 탄 스페셜 방송의 부제가 ‘누가 간 주나’였을 정도다. 시청자들은 문영남 작가 특유의 ‘고구마’ 같이 답답한 내용에 가슴을 치면서도, 풍상이 간 공여자를 찾는 과정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그 결과 시청률은 20.0%(닐슨코리아 제공, 이하 동일)를 기록했다. 종영까지 4부가 남은 ‘왜그래 풍상씨’는 풍상의 간 이식을 계기로 가족 간 갈등을 봉합하며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간 이식을 갈등의 해결책으로 내세운 것은 KBS 주말극 ‘하나뿐인 내편’도 마찬가지다.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연장을 확정한 ‘하나뿐인 내편’에는 최근 간 이식에 대한 에피소드가 나왔다. 극 중 강수일(최수종)이 간경화 말기 판정을 받은 장고래(박성훈)에게 간을 내준 것. 장고래는 강수일을 아버지 살해범으로 오해하고 있어, 간 기증을 내키지 않아 했지만 결국 수술대에 올랐다. 하지만 수술 후 강수일은 의식불명에 빠졌다.

강수일과 장고래의 간 이식 수술이 등장하는 98회의 시청률은 46.2%까지 치솟았다. 이는 자체 최고 기록인 동시에, 지난해 같은 시간대에 방송한 ‘황금빛 내인생’이 기록한 45.1%도 넘어서는 수치다. 이제 관심은 시청률 50% 돌파 여부에 집중되고 있다.

간은 KBS 일일극 ‘비켜라 운명아’에서도 문제를 일으켰다. 최시우(강태성)가 급성 간경변으로 쓰러졌고, 그의 어머니인 최수희(김혜리)는 아들의 이복형제인 양남진(박윤재)에게 간 기증을 종용하고 있다. KBS2 일일극 ‘왼손잡이 아내’에서는 신장 이식이 부부인 오산하(이수경)와 이수호(송원석)이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는 소재로 사용됐다.

간을 소재로 드라마는 좋은 시청률 성적을 내고 있지만, 시청자 사이에선 너무 갑작스럽거나 안일한 전개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하나뿐인 내편’의 경우 종영을 앞두고, 90회 이상 이어졌던 강수일과 장고래 가족의 오해와 갈등을 단 한 번에 풀기 위한 방책으로 간 이식을 꺼내들었다는 지적이다.

이에 관해 정덕현 대중문화 평론가는 “간 이식 소재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드라마 속에서 그 소재를 어떻게 쓰고 있는가는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 평론가는 “현재 KBS 드라마에서는 주인공의 신파적인 이야기에 집중해 간 이식 소재를 풀어내고 있다”며 “간 이식 소재가 겹친 것은 우연이겠지만, 이 소재를 여러 작품에서 비슷한 방식으로 활용한다는 것은 현재 KBS 드라마가 새로운 색을 보여주기보다 퇴행하고 있다는 것을 나타낸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KBS 드라마가 지향하는 것은 새로운 시도나 좋은 작품이 아닌 고정 시청층이 찾는 드라마다. 덕분에 시청률은 잘 나오고 있지만, 그것이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과거 드라마의 형식과 문법을 반복하기보다 새로운 흐름을 드라마에 녹여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인세현 기자 inout@kukinews.com / 사진=KB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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