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건설, 그룹 ‘애물단지’ 전락하나

SK건설, 그룹 ‘애물단지’ 전락하나

기사승인 2019-03-08 04:00:00

비상장 건설사 SK건설이 라오스발 사태 이후 SK그룹 내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요 건설사(시공능력 10위권) 가운데 계열사 내부 거래 비중은 가장 높으면서도 지난해 라오스 사태로 인해 계열사 주가 급락에 영향을 미쳐서다.

또한 라오스 사태 이후 상장까지 당분간 유예되면서 지배구조 개편에 발목을 잡고 있다. 지주사로 전환한 대주주 SK와 2대주주 SK디스커버리 간 지분 정리를 위한 IPO(기업공개)가 라오스 사태로 인해 불투명해져서다. 상장이 지속적으로 미뤄질 경우 지분 정리를 위한 비용 부담은 커지게 된다.

◇ 내부거래 의존도 높은 SK건설, 계열사 주가에는 '발목'

SK건설은 지난 몇 년 간 계열사 간 내부 거래 비중이 커지면서 10대 건설사 중 그룹 의존도가 가장 큰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SK건설은 지난 3분기 전체 매출(누적 기준) 4조7534억원 가운데 특수관계자 거래를 통한 매출은 전체 42.65%에 달하는 2조276억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전년 누적 기준 내부 거래 비중(32.09%) 보다 급등한 것이다. 지난 2017년 3분기 누적 기준 특수관계자 거래는 1조5588억원으로 전체 매출(4조5715억원)에서 34.09%를 차지했다.

SK건설 관계자는 내부 거래 비중이 확대되고 있는 것에 대해 “SK하이닉스의 투자 활성화로 내부거래 비중이 상대적으로 늘었다”고 설명했다.

계열사 의존도에 비해 매출 기여도는 크지 않은 편이다. SK는 SK건설에 대해 내부거래를 통해 219억원의 매출을 냈다. 2대주주 SK디스커버리는 SK건설에 대한 수익 자체가 없다.

게다가 SK건설은 라오스 사태로 인해 SK그룹 계열사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라오스 사태 발생 이후 SK건설 지분을 보유하고 있던 최태원 회장의 SK(44.48%), 2대주주 SK디스커버리(28.25%)의 주가는 급락했다. 장외주식 시장(K-TOC)에서 거래되고 있는 SK건설의 주가도 약 20% 이상 떨어졌다. 

라오스 사태 이후 장수 경영인이었던 조기행 전 대표도 올해 1월 대표이사 자리를 사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전 대표는 SK건설 부회장 자리에서 SK건설 SKMS 연구소 연구위원으로 보직이 변경됐다. 라오스사업은 지난 2012년 조기행 전 대표이사와 최광철 전 사장(현 사회공헌위원회 위원장) 각자대표 체제에서 수주했다. 

◇ ‘상장 지연’ SK건설, 최태원 일가 ‘애물단지’ 전락하나

라오스사태로 인해 SK건설은 배상금 문제뿐만 아니라 지난해 예정됐던 IPO(기업공개)도 불투명한 상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건설사의 밸류에이션은 낮은 상황인데 라오스 사태와 같은 악재로 인해 개인 및 기관투자자들이 공모 청약에서 투자를 꺼려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SK건설의 상장 지연은 단순히 자금조달 문제가 아니라 지배구조 개편에 발목을 잡고 있는 상태다. 

SK건설 지배구조를 보면 2019년 말까지 SK와 SK디스커버리 가운데 한쪽이 보유지분을 정리해야 한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지주회사는 계열회사가 아닌 기업의 주식을 5% 이상 보유할 수 없어서다. 유예기간을 감안하더라도 올해 말 늦어도 내년 초까지 지분 정리를 해야 한다.

SK건설은 3분기 기준 SK가 지분 44.50%를 보유해 1대주주, SK디스커버리가 지분 28.3%를 보유해 2대주주에 올라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SK가 지분을 더 많이 보유한 만큼 SK건설이 SK 계열사로 남을 가능성을 높다고 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신용도의 영향으로 봤을 때는 SK가 최대지분을 갖고 있고, 신평사들도 지분 주체를 SK그룹으로 보고 있다. SK그룹의 계열 지원 가능성이 신용도에 반영된 상태다. SK로 남게 된다면 신용도의 큰 변화는 없을 것이다. 다만 SK디스커버리가 갈 경우 계열 지원 능력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분 정리를 위해서는 여러 가지 딜레마가 남아있다고 지적이 나온다. SK의 계열사로 남을 경우 SK디스커버리의 지분을 매각해야 한다. 

문제는 지분을 매수할 곳을 찾기 쉽지 않다. 결국 SK가 지분을 인수할 경우 그만큼 비용 부담이 커진다. 상장 추진도 이러한 맥락에서 비롯됐다고 업계 관계자는 말한다. 

IB업계 관계자는 “두 회사 모두 지주사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지분 정리가 필요하다. 현금으로 지분을 사들이기에는 부담스러운 부분이 있다. 비상장사의 경우 40% 지분을 유지해야 하지만 상장사는 20% 지분만 갖고 있으면 된다. 때문에 SK건설의 상장은 지분 문제와 자금조달을 위해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SK디스커버리가 지분을 매입할 경우에도 비용 부담은 플랜A(SK 자회사 편입) 보다 커진다. 증권업계에서는 SK디스커버리가 비상장사인 SK건설을 자회사로 거느리기 위해서는 지주사 출범 이후 2년 이내 지분율 40%를 확보해야 하지만 자금 확보가 녹록치 않다고 지적한다. 

IB업계 관계자는 “SK디스커버리가 지분을 가져간다고 하면 그만큼 비용 부담이 크다. 일부 지분(5% 미만)을 남겨놓고 외부에 매각한다고 하면 최대주주가 변경될 가능성이 크고, 결국 지분을 여러 개로 분할해서 팔 수 있는 방법 정도가 있다. 다만 관련 지분을 매각할 대상은 찾는 것은 쉽지 않을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SK건설 관계자는 “상장 시기는 언제가 될지 아직까지 구체적인 계획이 없는 상태다”라고 말했다. 

SK그룹 관계자도 "아직까지는 일정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유수환 기자 shwan9@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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