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현정 “새로 태어난 기분…나는 낭만파의 후손”

임현정 “새로 태어난 기분…나는 낭만파의 후손”

기사승인 2019-03-12 16:37:41

가수 임현정은 지난해 11년 만의 복귀를 준비하면서 고충을 겪었다. 달라진 음반 유통 구조 때문이었다. 하루는 변한 음악 시장에 적응하는 것이 너무 어려워 선배 가수 윤종신에게 조언을 구했다. 임현정이 “유통과 홍보 구조가 변한 게 적응이 안 됩니다”라고 토로하니, 윤종신은 하하하 웃으면서 말했다. “현정씨 음악 참 좋아하는데…. (음악) 계속 하셔야죠.” 12일 오후 서울 이태원로 스트라디움에서 만난 임현정이 들려준 이야기다.

1990년대 후반 ‘첫사랑’, ‘사랑은 봄비처럼… 이별은 겨울비처럼…’, ‘고마워요’ 등의 노래로 인기를 얻은 임현정은 2008년 활동을 멈췄다. 심각한 공황장애와 불안증, 그로 인해 생긴 부정맥 때문에 몸을 움직이는 것조차 어려울 만큼 건강이 안 좋아져서다. 그가 다시 대중 앞에 선 건 지난해 4월. 신곡 ‘사랑이 온다’를 냈다. 임현정은 긴 시간 자신의 곁을 지켜준 남편을 위해 이 곡을 썼다. 그대를 만나 눈부신 하늘을 날고 아름다운 세상을 본다는 내용의 연가다. 

지난해 신곡 ‘사랑이 온다’와 ‘갓 블레스 유’(God Bless You), 정규 2집 리마스터링 음반으로 몸을 푼 임현정은 여섯 번째 정규음반을 낸다. 임현정은 일본과 영국을 오가며 음반을 만들었다. 런던 심포니와 엔지니어 제오프 포스터, 일본의 편곡자 코우스케 야마시타 등이 힘을 보탰다. 임현정은 “어쿠스틱과 오케스트레이션을 곡에 맞게 활용하는 게 이 음반의 방향”이라며 “어쿠스틱 음악이 하면 할수록 어렵고 배워야 할 것이 많다”고 했다.

12일 정오 공개된 ‘청춘’은 임현정 정규 6집의 시작을 알리는 노래다. 임현정은 산책을 하다가 본 중년 직장인들을 보다가 이 곡의 주제를 떠올렸다고 한다. 이날 서울 이태원로에서 만난 임현정은 “안쓰러웠다. 쳇바퀴 같은 일상에 단 하나의 돌이 던져진다면 (그들도) 이 기계적인 삶에서 나올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며 “자기 삶에 의문을 갖는 때부터 청춘이 시작한다고 생각하며 작업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내가 음악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게 존재하는가’라는 의문을 상당히 많이 가졌어요. 최근에 ‘아직 보여줄 게 많다. 나는 움직일 수 있고 내게는 원동력이 있다’는 걸 느끼게 됐고요. 지금 저는 청춘이라고 생각해요. 20대 땐 뭔가를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이 있었는데, 지금은 그런 두려움 없이 저를 걸 수 있게 됐어요.”

다시 돌아온 가요 시장은 이전보다 잔혹해져 있었다. 임현정은 “유통사들은 아무 리스크를 지지 않는데도 20%의 수수료를 가져간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계약서를 쓰면서 ‘갑을 관계’가 무엇인지도 몸소 경험했다. 그래도 임현정은 “다시 태어난 것 같다”며 힘을 낸다. 그는 “두려움 없이 돌아다니던 다섯 살로 돌아간 것 같은 상태”라며 웃었다.

임현정은 작곡가 베토벤을 좋아한다. 권력을 위해 음악을 만들지 않던 작곡가라고 생각해서다. 그는 “대중음악계에도 그런 낭만파의 후손이 남아있다고 생각하고, 나도 그 후손이 되려고 한다”며 “내가 무엇을 위해 음악을 하는가를 물었을 때, 다른 누구도 아닌 ‘나의 성장을 위해’라는 생각이 떠올랐다”고 말했다. 그는 ‘클래식 같은 대중음악’을 꿈꾼다. 좋은 음악은 시간이 흘러도 영원히 남을 거라고 믿기 때문이다.

“‘사랑은 봄비처럼… 이별은 겨울비처럼…’에 아직도 댓글이 달리는 걸 봤어요. 그러면서 클래식 같은 대중음악을 꿈꾸게 됐죠.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음악이요. 한 장의 음반을 만드는 데 긴 시간이 걸리지만, 두려움은 없어요.”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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