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에 늑대가 할퀸 자국이?…'루푸스병' 매년 증가 추세

얼굴에 늑대가 할퀸 자국이?…'루푸스병' 매년 증가 추세

기사승인 2019-03-19 11:19:00

#40대 중반 주부 함씨는 최근 들어 부쩍 체력이 떨어지고 잔병치레가 잦아짐을 느꼈다. 얼마 전부터는 두 뺨이 상기된 듯 붉은 발진이 생겼지만, 특별한 통증이나 가려움이 동반되지 않아 갱년기 초기 증세라 생각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러던 중 발과 다리가 부어 걷기가 힘들어지는 지경에 이르자 심각성을 깨닫고 뒤늦게 병원을 찾았다. 단순 피부질환이라 생각한 그에게 의사는 이름도 생소한 ‘루푸스병’이라는 진단을 내렸다.

‘루푸스병’은 최근 유명 연예인들이 앓았던 질환으로 알려지며 화제가 된바 있다. 루푸스병의 정확한 이름은 ‘전신성 홍반성 루푸스’이며 면역계 이상으로 인해 온몸에 염증이 생기는 만성 자가면역질환이다. 염증으로 인해 전신 장기, 조직, 혈관계가 손상을 입어 기능 부전을 유발하는 병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5년 2만2699명이었던 루푸스 환자는 2017년 2만5757명에 이렀으며, 매년 증가하고 있다. 여성이 86.3%로 남성보다 6배가량 많았다.

루푸스(Lupus)란 라틴어로 ‘늑대’를 뜻한다. 이 병의 증상이 마치 늑대에게 공격을 받아 긁히거나 물리게 되었을 때 나타나는 발진 증상이 비슷하다고 하여 이름이 붙여졌다.

루푸스병의 증상은 매우 다양하며 몸의 각 부분에 모두 침범할 수 있다. 관절통이나 근육통, 발열, 피부반점, 손발의 부종, 탈모 등이 함께 나타나는 것이 대부분이다. 증상들은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하여, 많은 환자들이 루푸스를 스스로 자각하기는 어렵다.

루푸스는 양쪽 뺨에 붉게 나타나는 나비 모양의 발진이 대표적이다. 궤양을 비롯한 피부 점막 증상부터 극심한 피로감, 발열(미열), 두통, 신부전 등으로 다양하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어느 곳에든 염증을 일으킬 수 있어 ‘천의 얼굴’을 가진 질병으로 불린다.

루푸스를 진단하는 11가지 증상 ▲뺨의 발진 ▲원판상 발진 ▲광과민성 ▲구강 궤양 ▲관절염 ▲장막염 ▲신장질환 ▲신경학적 질환 ▲혈액학적 질환 ▲면역학적 질환 ▲항핵항체 중 4가지 이상 발현됐을 때, 혈액 및 소변검사, 특수 면역검사 등을 종합해 진단하게 된다.

김재훈 고대구로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는 “피부 발진과 함께 관절이 붓고 아프다거나, 소변에 거품이 나오거나, 원인 모를 빈혈이 있을 경우 반드시 전문의를 찾아 진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루푸스 발병 원인은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유전적인 요소와 호르몬, 환경적 요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다.

정확한 발병 원인이 없는 관계로 확실한 치료법이 없는 실정이다. 1950년대 이전에는 5년 생존율이 50%가 채 되지 않는 난치성 질환이었으나, 현대의 의학 및 치료제의 발달로 10년 생존율이 90%을 넘을 정도로 획기적이 발전이 있었다. 뿐만 아니라 병의 악화 요인이 잘 알려지게 되며, 이를 조절해 증상 완화 및 예방이 가능해졌다.

루푸스의 치료는 염증을 감소시키고 면역계의 활성을 억제하는데 목적을 둔다. 스테로이드 치료 시에는 병의 진행 상태나 중증도에 따라 복용 용량과 빈도를 결정하게 되고, 초기 증상이 조절된 후에는 점차 감량한다.

루푸스를 악화시키는 것으로 잘 알려진 자외선을 차단하고, 무리한 신체활동 및 스트레스를 삼가며, 금연, 금주, 규칙적인 운동을 하는 등 면역력을 향상시키는 것 또한 증상을 완화하고 또 다른 합병증을 예방하는 방법이다.

특히, 여성이 루푸스에 취약한 이유는 여성호르몬이 루푸스를 악화시키는 요인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루푸스를 앓고 있는 가임의 여성의 경우, 루푸스 증상이 6개월 이상 잘 조절되는 경우에 주치의와의 충분한 상담을 거쳐 계획적인 임신을 해야 루푸스가 악화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루푸스를 예방할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조기진단이 매우 중요하다. 가족 중 루푸스 환자가 있거나 증상이 발현돼 지속된다면 간과하지 않고 병원을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김재훈 교수는 “루푸스는 원인 불명의 복잡하고 어려운 질환임은 분명하나 불치병은 아니다”라며 “각 환자에 맞는 지속적인 약물 치료 및 생활 습관 개선을 통해 충분히 증상을 완화하고 합병증 예방이 가능하다”고 전했다.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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