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의 다른 이름 ‘치료제’… 부실 관리가 오남용 야기

마약의 다른 이름 ‘치료제’… 부실 관리가 오남용 야기

건약 “비급여 약물, 허위 처방 못 막아”, 식약처 "마약법 개정안 발의 중"

기사승인 2019-03-26 05:00:00

정신적‧육체적 문제를 일으키는 마약류가 동시에 환자들을 치료하는 치료제라는 점에서 의료용 마약류 관리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현재 관리시스템으로는 마약류 취급 과정에서 입고량과 출고량의 수량만 확인할 수 있어, 병·의원이 환자 정보와 의료용 마약류의 실제 사용량을 허위로 기재해 허위 처방 등을 하는 것을 막을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경찰청이 발표한 약물 이용 범죄 집중단속 결과, 지난달 25일부터 한 달간 마약사범만 523명이 검거된 것으로 나타났고, 마약 종류별로는 일명 ‘물뽕’(GHB)과 같은 향정신성의약품 사범이 421명(82%)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대마 사범이 69명(14%), 코카인 등 마약 사범이 21명(4%)이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마약류를 ▲약물사용에 대한 욕구가 강제적일 정도로 강하고(의존성) ▲사용약물의 양이 증가하는 경향이 있으며(내성) ▲이를 중단할 경우 신체적으로 고통과 부작용이 따르며(금단현상) ▲개인에 한정되지 아니하고 사회에도 해를 끼치는 약물로 정의하고 있다. 모르핀·코카인·아편 등 미량으로 강력한 진통작용과 마취작용을 하는 ‘마약’은 물론 마취작용 및 환각작용이 있는 ‘대마’, 습관성이 생겨 정신적·육체적 금단현상이 생길 수 있는 ‘향정신성의약품’을 총칭한다.

이에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치료에 필요한 의료용 마약류의 오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지난해 5월부터 ‘마약류 통합관리시스템’을 가동, 마약류의 제조에서 투약까지 단계별 유통 정보를 관리하고 있다.

정맥 마취제의 일종인 ‘프로포폴’ 오남용 사례 방지를 위해 2011년부터 의료용 마약류로 분류해 관리하고 있고, 최근 희귀난치성질환자에 한해 수입이 허용된 대마 성분 의약품의 불법유통으로 인한 사회적 부작용 방지를 위해 한국희귀필수 의약품센터를 통해서만 약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현재 시스템 상으로는 비급여 처방의 경우, 병·의원이 환자 정보와 마약류의약품의 실제 사용량을 허위로 기재했을 때 그 진료기록 위조를 적발하기 어렵다는 특징이 있다.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이하 건약)에 따르면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은 마약류 취급 과정에서 입고량과 출고량의 수량만 대조해 확인할 수 있을 뿐, 의료용 마약류의 허위 처방이나 중복, 병용금기 투약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 한 예로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는 환자 1명이 ‘살 빼는 마약’으로 불리는 식욕억제제를 3개월간 총 1353정을 처방받은 사례와 10세 어린이 2명에게도 208정의 식욕억제제가 투약된 내용이 보고됐다. 주민등록번호가 기재돼 있지 않은 처방이나 심지어는 사망한 환자 명의로 의료용 의약품이 처방됐다고 지적되기도 했다.

건약은 “의료용 마약류 처방 조제 단계에서 실시간으로 약물의 중복이나 오남용 병용금기를 확인할 수 있는 모니터링 시스템이 필요하다”면서 “이를 위해서는 먼저 마약류의약품 처방 발행 시 환자의 주민등록번호를 비롯해 병의원정보를 반드시 기재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마약류 처방을 조제하는 약국은 처방전상의 기재사항을 확인한 뒤 조제하는 것을 의무화해야 한다. 이를 위반할 시 처벌하는 내용이 담긴 법률 개정도 함께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건강보험 적용을 받지 않은 비급여 의료용 마약류 처방 사건 사고가 제도의 허점을 노리고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관리 감독 주무 부처인 식약처는 하루가 멀다 하고 언론에 등장하는 프로포폴 사고를 언제까지 지켜만 볼 것인가”라고 질타했다. 

이에 식약처는 마약류 처방전에 환자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처방전 발급자의 상호와 주소 기재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돼 있어, 법안 통과 시 비급의 의료용 마약류 오남용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아울러 기재 의무화를 마약법으로 관리해 이를 위반한 의료인에게 징역이나 벌금 조치를 내리는 등 처벌을 강화한다고 밝혔다.

식약처 관계자는 “지금도 의료법상으로는 의료용 마약류 처방과 관련 환자 정보 기재가 의무화되어 있다. 그러나 벌칙조항이 없어서 안 지켜지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안다”라며 “의사는 의료법으로 관리하고 있기 때문에 기재 의무화를 마약법으로 관리하려고 한다. 고의로 이행하지 않을 시 최대 2년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이 작년부터 시행돼 현재 데이터가 축적되고 있다. 이를 통해 의료인 처방, 환자 투약 내역 등을 확인해 중독 의심 환자를 관리하고, 입고량과 사용량을 분석하는 기법을 활용해 통계를 내려고 한다”며 “빅데이터를 활용하면 완결성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 촘촘히 관리될 것”이라고 전했다.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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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in92710@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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