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1 “욕이나 돈 자랑 없이도 좋은 음악 할 수 있어요”

pH-1 “욕이나 돈 자랑 없이도 좋은 음악 할 수 있어요”

기사승인 2019-03-28 16:08:36

아들은 금의환향했다. ‘음악을 하겠다’며 한국으로 떠난 지 2년 만에 어엿한 뮤지션이 돼 미국으로 돌아왔다. 그는 부모님의 품에 금시계를 안겨드렸다. 연신 ‘오 마이 갓’을 외치던 어머니는 결국 눈물을 흘렸다. 래퍼 pH-1의 이야기다.

pH-1은 미국 이민자 2세다. 미국 뉴욕 롱아일랜드에서 태어났다. 어렸을 때부터 음악을 좋아해 취미로 삼아왔지만, 부모님이 마음에 걸려 쉽게 음악을 업으로 삼지 못했다. 그가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은 건 2016년 9월의 일이다. ‘더 늦기 전에 올인해보자’며 도전장을 냈다.

그의 일상은 지난해 Mnet ‘쇼미더머니777’에 출연한 뒤 완전히 달라졌다. “일정이 많아졌고, 수입과 인지도도 높아졌죠.” 28일 오후 서울 도산대로 CGV청담씨네시티에서 만난 pH-1은 이렇게 말하며 웃었다. 그는 ‘쇼미더머니777’을 마치자마자 부모님께로 향했다. 자신이 내민 선물에 눈물짓는 어머니를 보자 벅찬 감동이 밀려왔다고 한다.

pH-1은 이날 오후 6시 첫 번째 정규음반 ‘헤일로’(HALO)를 낸다. “내 양면성을 담았다”는 말처럼, 음반에 실린 노래들은 상반된 분위기를 아우른다. 더블 타이틀곡 ‘말리부’(Malibu)와 ‘라이크 미’(Like me)가 대표적이다. ‘말리부’가 묵직한 힙합 트랙이라면, ‘라이크 미’는 멜로디가 강조된 대중적인 분위기의 노래다. pH-1은 “멋진 랩 아티스트로 서고 싶은 마음과 대중에게 가까이 다가가고 싶은 마음이 공존한다”며 “대중이 어떤 쪽을 더 흥미롭게 봐주실지 궁금하다”고 했다.

소속사 하이어뮤직을 이끄는 가수 박재범을 비롯해 더콰이엇, 팔로알토, 지소울 등 동료 뮤지션들이 피처링으로 도움을 줬다. pH-1은 “나는 성덕(성공한 팬)”이라며 웃었다. 데뷔 전부터 즐겨 듣던 가수들과 함께 작업하는 영광을 누려서다. 그는 박재범을 ‘츤데레 사장님’이라고 불렀다. “(박재범이) 늘 나를 믿어주고 응원해준다”며 애정을 드러냈다.

pH-1의 음악엔 욕이나 돈 자랑, 여자 자랑이 없다. 진실과 긍정을 키워드로 음악을 만든다. 재력과 여성 편력을 과시하는 게 ‘스웨그’가 되어버린 한국 힙합계의 흐름과는 다른 행보다. 

pH-1은 “종교적인 이유도 있지만, 욕설이나 누군가를 비하하는 말, 술 담배 성적인 이야기를 넣지 않아도 충분히 좋은 이야기를 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리고 그런 음악을 더 많은 사람들이 편하게 즐기고 공감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며 “부모님이 내 음악을 들으시는데, 창피하지 않은 음악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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