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경련제 ‘리리카’ 복용 후 중독·사망…‘마약류’ 지정되나

항경련제 ‘리리카’ 복용 후 중독·사망…‘마약류’ 지정되나

영국은 마약류로 취급, 국내선 ‘전문의약품’으로 관리

기사승인 2019-04-03 05:10:00

전문가 “길게 복용해도 안전한 약제”
식약처 “신체의존성, 금단증상 확인돼 유엔서도 논의”

영국 보건당국이 항경련제 ‘리리카(Lyrica, 프레가발린)’를 마약류로 취급한다는 방침이다.

1일(현지시간) BBC, 더 컨버세이션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 2017년 북아일랜드에서 리리카를 복용한 환자 33명이 사망하고, 약물 사용으로 인한 사망자 중 8명이 리리카 오용과 관련된 것으로 나타나 보건당국이 이를 위험약물 분류 등급인 C로 조정했다.

이에 따라 영국 소재 의료기관 의료진은 프레가발린에 대한 전자처방전을 발행할 수 없으며, 수기로만 처방할 수 있다. 또 처방전 없이 약을 소유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약을 공급·판매할 수 없게 된다.

 

 

프레가발린은 뇌전증(간질) 및 신경병증성 통증, 섬유근육통에 사용되는 항경련제이다. 국내에서는 전문의약품이기 때문에 의사의 처방 없이는 복용이 불가능하며, 신기능 장애환자와 소아 및 청소년 환자, 임산부에게는 투여가 제한된다. 이상반응으로는 어지러움, 졸음, 식욕증가, 기억상질, 기억력 장애 등이 있다. 특히 항간질약을 복용한 환자에서 자살충동 또는 자살행동을 보이는 위험성이 증가됨에 따라 사용상의 주의사항에 ‘간질약을 치료받은 환자는 자살충동 또는 자살행동, 우울증의 발현 또는 악화 및 기분과 행동의 비정상적 변화에 대하여 모니터링되어야 한다’는 문구를 기재하도록 하고 있다.

전문가에 따르면 프레가발린은 현재까지 나온 항경련제 중 장기간 복용해도 안전한 약제 중 하나이다. 최상식 고대구로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는 “의료 현장에서 프레가발린은 현재까지 나온 약 중 오래 복용해도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안전한 약제이다”라며 “다만 모든 의약품은 부작용이 있기 때문에 의료진의 처방 하에 올바르게 복용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최상식 교수는 “모든 약제는 중독성이 있다. 예를 들어 노인들 가운데 일반의약품인 진통제를 습관적으로 복용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분들은 진통제에 어느 정도 중독됐다고 볼 수 있다”면서 “중독은 신체의존성과 흔히 말하는 약물 중독으로 분류된다. 오래 복용하던 약물을 갑자기 끊으면 식은땀이 나거나 온몸이 쑤시는 등 금단증상이 나타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영국에서는 한 20대 청년이 프레가발린 복용을 중단한 후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 청년의 모친인 리사(Lisa)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아들 앨런(Alan)은 26살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21살에 턱이 부러져 약을 복용한 후 5년간 이 약물에 중독됐었다”라며 “의사가 처방을 중지했을 때, 그는 잠도 못 자고, 엄청난 복통을 호소했다. 아들은 인터넷 등을 통해 불법적으로 프레가발린 성분의 약을 구매하기 시작했다”라고 전했다.

유엔(UN)에서도 프레가발린 성분 의약품의 마약류 지정 문제가 아젠다로 등장해 논의된 바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는 “해당 의약품에 대한 오남용 사례 발생으로 지난 유엔 총회에서는 프레가발린 성분 의약품의 마약류 지정을 놓고 논의를 했다”며 “신체의존성, 금단증상 등이 나타난다는 보고가 있으나 현재 의약품으로 사용되고 있고, 대체치료제가 제한적이어서 우선은 모니터링 기간을 더 늘리자고 결정이 났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국내에서도 지난 2015년에 마약류 지정을 놓고 검토를 했으나 약물 사용 대상자가 뇌전증 환자로 제한적이고, 중독에 의한 오남용 사례가 발생하지 않아 통제약물로 지정하지 않았다”라며 “영국의 경우 사망 사례가 보고돼 국가 차원에서 조치를 취한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는 내년도 유엔 총회에서 프레가발린 성분 의약품을 마약류로 지정할 시 그에 맞춰 관리 감독을 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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