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5일. 그룹 블랙핑크가 두 번째 미니음반 ‘킬 디스 러브’(Kill This Love)를 발표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지난해 낸 첫 번째 미니음반 ‘스퀘어 업’(SQUARE UP)과 타이틀곡 ‘뚜두뚜두’로 빌보드 음반 차트와 음원 차트에서 각각 40위, 55위로 데뷔했던 블랙핑크는 그러나 이후 10개월여의 공백을 가졌다. 활동이 잦지 않은 것으로 유명한 팀인 점을 감안하더라도 짧지 않은 시간이다.
그 사이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YG)는 논란의 중심에 섰다. 클럽 버닝썬 폭행 사건에서 시작한 ‘버닝썬 게이트’는 그룹 빅뱅의 전 멤버 승리의 온갖 부정행위를 까발렸다.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는 YG가 소속 가수 관리·감독에 소홀했다며 양현석 대표를 검찰에 고발했다. 설상가상으로 양현석 대표가 실소유주로 알려진 서울 홍대의 클럽이 탈세 의혹에 휘말리자, 국세청은 YG를 상대로 특별 조사를 실시했다.
새 음반 발매를 앞둔 블랙핑크의 어깨가 더욱 무거웠던 건 그래서다. 블랙핑크는 YG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희석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팀이다. 이들은 힙합 트랙 위에 ‘뽕끼’ 있는 멜로디를 가미한 음악으로 대중적인 인기를 누렸고, 동남아시아 지역 팬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바탕으로 유튜브 조회수를 높여왔다. 지난해엔 유니버설뮤직그룹의 인터스코프와 계약해 북미 진출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5일 0시 공개된 ‘킬 디스 러브’는 국내보다는 해외에서 더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동명 타이틀곡 ‘킬 디스 러브’가 국내 음원 사이트에선 3~5위에 머무른데 반해,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 36개 지역(당일 오후 2시 기준) 아이튠즈 싱글 차트에서 정상에 올랐다. 음반 차트 부문에서는 31개국에서 1위를 휩쓸었다. 특히 국내 여성 그룹이 미국 차트에서 1위를 차지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라 더욱 눈길을 끈다. 뮤직비디오는 공개 14시간여 만에 3000만 건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다.
블랙핑크는 적극적인 북미 프로모션으로 기세를 이어갈 계획이다. 오는 12일과 19일엔 미국 최대 음악 축제인 ‘코첼라 페스티벌’ 무대에 오르며, 17일부턴 로스엔젤레스를 시작으로 6개 도시, 8회 공연으로 이어지는 북미 투어에 나선다. 앞선 공연에서 지적이 나온 공연 레퍼토리 문제와 리세일 티켓 문제도 ‘신곡 수혈’과 북미 프로모션 등을 통해 일부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 증권가 역시 블랙핑크의 흥행과 투어 성과를 주목하며 이들을 YG의 단기 성장 모멘텀으로 꼽는다.
다만 국내 음악 팬들의 호응을 얻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YG를 둘러싼 각종 의혹이 아직 완전하게 해소되지 않아서다. KTB투자증권의 남효지 연구원은 “블랙핑크의 신곡 발표와 북미·유럽·호주 투어 등 YG의 단기 모멘텀은 풍부하다”면서도 “다만 이런 모멘텀이 부각되기 위해서는 수사 종결 및 아티스트 관리 방식에 대한 신뢰 회복이 선제적으로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