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관과 산림청 소속 산불재난 특수진화대에 대한 처우 개선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습니다.
사상 최악의 산불이 강원도 일대를 덮쳤습니다. 행정안전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8일 오전 6시 기준 강원도 고성 335채, 강릉 71채, 속초 60채, 동해 12채 등 주택 478채가 불에 탔습니다. 가축은 4만1520마리가 소실됐습니다. 이재민은 총 829명에 달합니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지난 5일 속초시에서 50대 남성 1명이 사망하고 1명이 부상을 입은 것 외에는 없습니다.
피해가 더 커지지 않은 데 소방당국의 공이 컸습니다. 초기부터 가용 자원을 최대로 투입해 발 빠르게 대처했기 때문입니다. 고성, 강릉 화재 현장에는 전국 소방관 3251명과 소방차 872대가 투입됐습니다. 불을 끄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밤길을 밝히며 달려오는 소방차들의 모습은 장관이었습니다. 또 화마와 사투를 벌인 끝에 검게 그을린 얼굴로 쉬는 소방관들, 자신의 목숨이 위태로운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주유소와 가스충전소를 방어하는 소방관들의 모습에 국민은 ‘영웅’이라고 부르기를 주저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소방관 국가직 전환’이라는 해묵은 과제가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소방관 국가직 전환을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글은 사흘 만에 동의 20만명을 넘겼습니다. 실제로 소방관들은 만성 인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전국 소방현장의 인력 부족률은 25.4%에 달합니다. 재정이 넉넉한 광역시는 부족률 14%로 그나마 상황이 낫습니다. 그러나 재정 부족에 시달리는 지방의 경우, 부족률은 30%가 넘습니다.
인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와 여당은 소방관을 국가직으로 전환, 인력과 장비를 지역별로 골고루 확충하는 방안을 추진해왔습니다. 그러나 관련 법안 5건은 지난해 국회 행안위 법안소위조차 통과되지 못했습니다. 지난 3월 국회에서는 논의조차 되지 못했습니다.
화재 진압에 혁혁한 공을 세우고도 제대로 대우 받지 못하는 이들은 소방관뿐이 아닙니다. 산림청 소속 산불재난 특수진화대 얘기입니다. 특수진화대는 그야말로 산불 진압 최전선에서 활약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들은 산불이 나면 국·사유림을 가리지 않고 현장에 가장 먼저 투입됩니다. 가장 힘들고 위험하다는 밤 진화 작업에 나서는 것은 물론, 강풍에 헬기도 뜨지 못 하는 상황에 가장 깊은 산속에까지 들어가 불길을 잡습니다.
그러나 특수진화대는 10개월마다 단기계약을 맺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입니다. 하루 일당은 고작 10만원. 또 소방대원이 착용하는 방독면이 아니라 ‘3M 마스크’를 사용하는 등 제대로 된 안전장치를 제공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3일간 강원 산불 진화 작업에 나섰다는 한 특수진화대원은 지난 6일 자신의 SNS를 통해 “소방관보다 훨씬 처우가 열악하다”며 “마스크를 써도 불길이 거세지면 연기를 많이 마신다. (화재 진압을 하다 보면) 아찔한 순간이 한두 번이 아니다”라고 토로했습니다. 산림청 역시 특수진화대에 대한 처우 개선 필요성은 인정합니다. 그렇지만 예산이 부족하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습니다.
소방대원과 특수진화대는 자신들의 목숨을 걸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이죠. 소방관과 특수진화대에 대한 처우 개선은 결국 미래에 대한 투자나 마찬가지입니다. 인력, 장비에 대한 지역격차가 해소돼 전국에 일정 수준 이상의 소방 서비스 제공이 가능해지기 때문입니다. 이들의 노고에 합당한 대우를 해줘야 한다는 데 이견을 달 수 있을까요. 국민이 국회의원들에게 바라는 것은 화재 현장에 얼굴 한 번 비추는 게 아닌 소방관·특수진화대 처우 개선 법안을 하루빨리 통과시키는 것일 겁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