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배수진을 치고 금호아시아나 살리기에 나섰다. 그룹 계열 지배 구조 최정점에 있는 오너 일가의 금호고속 지분 전량을 담보로 채권단에 자금지원 등을 요청했다.
10일 KDB산업은행과 금호그룹에 따르면 이날 금호 그룹은 산업은행에 아시아나항공 자구안을 제출했다.
제출된 자구안의 핵심은 금호그룹은 경영정상화 기간 3년과 5000억원의 자금지원을 전제로 채권단에 박 전 회장의 아내와 딸이 보유한 금호고속 지분(13만3900주, 4.8%)을 모두 담보로 제공하고, 기간 내에 경영정상화를 달성하지 못한다면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한 박 전 회장이 2015년 금호산업을 인수하면서 금호타이어 지분(8.14%) 대신 담보로 제공했던 박삼구 전 회장과 박세창 아시아나IDT 사장의 금호고속 지분 42.7%도 담보 해제 시 다시 담보로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금호 측은 박삼구 전 회장의 경영복귀는 없으며, 그룹 계열 지배 구조 최정점에 있는 금호고속 지분 전체를 포함한 아시아나항공 자회사 등 보유자산을 포함한 그룹사 자산 매각을 통해 경영정상화를 이뤄내겠다고 밝혔다.
세부적으로는 수익성 개선을 위한 항공기를 줄이고, 비수익 노선 정리를 통해 인력 생산성을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아시아나 항공의 차입금은 1조3200억원, 전체 차입금은 무려 3조4400억원이다. 만약 채권단이 자구안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회사 문을 닫아야 할 수도 있다.
문제는 채권단과 시장의 자구안에 대한 반응이다. 앞서 감사보고 논란 등을 통해 이미 시장에서 우려와 불신을 받은 이상 자구안이 미흡하다면 금호 일가의 ‘빅딜’에도 불구하고 추가 자구안을 요구하거나, 미흡한 자구안은 시간벌이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받을 우려도 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사실상 현재 박 전 회장 부자의 보유 지분은 이미 담보로 걸려 있는 상황에 이를 제공하겠다는 것은 돌려막기에 불과하며 아내와 딸이 보유한 4.8%의 지분으로 시간벌이와 자금 지원을 요청하는 것이 아니냐는 냉정한 분석이다.
한편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4월부터 월 산업은행과 재무구조개선 양해각서(MOU)를 맺고 자구계획을 이행 중이다. 따라서 신용등급 하락에 따라 자구계획 이행에 차질이 발생할 경우 산업은행 등 채권금융기관은 만기 도래 여신 회수, 경영진 교체 권고 등의 조치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고, 최근에는 박 회장의 퇴진과 재계에서 국내 10대그룹 중 몇 곳이 아시아나 항공을 인수할 것이란 설도 불거지고 있다.
지난달 26일에는 삼일회계법인이 아시아나항공 감사보고서를 통해 “운용리스 항공기의 정비의무와 관련한 충당 부채, 마일리지 이연수익의 인식 및 측정과 당기 중 취득한 관계기업 주식의 공정가치 평가 등과 관련해 충분하고 적합한 감사증거를 입수하지 못했다”며 한정 의견을 내면서 아시아나 항공의 주식 매매가 정지되기도 했다.
이에 주총을 하루 앞둔 지난달 28일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아시아나항공 감사보고 논란 등 일련의 그룹 경영 문제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지고 퇴진했다. 이는 주총 전 최고 경영자가 자진 사퇴해 시장의 불신과 논란의 확산을 막으려 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임중권 기자 im918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