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법 제20조에 대한 해석이 지역 약사회와 행정당국 간에 달라 논란이 커지고 있다.
법조항은 의약분업의 원칙에 따라 약국을 의료기관과 공간적·기능적으로 독립된 장소에 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약국을 개설하려는 장소가 의료기관의 시설 안 또는 구내인 경우’, ‘의료기관의 시설 또는 부지 일부를 분할·변경 또는 개수하는 경우’ 약국을 개설할 수 없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계명대 동산병원이 성서지역으로 신축 이전하는 중에 계명대 재단은 병원 정문 앞에 용지를 매입해 A빌딩을 준공했다. A빌딩에 약국이 입점하면서 재단과 대구시약사회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 쟁점은 병원 앞 재단 빌딩에 들어선 약국이 과연 병원과 기능적으로 분리된 '독립된 공간'이냐는 것이다.
우선, 재단 측은 전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재단 관계자는 “A빌딩은 약사법상 ‘의료기관의 시설 안 또는 구내인 경우’에 전혀 해당하지 않는다”며 “재단 건물은 맞지만 의료시설 외부에 있다. 관할 구청과 보건소에서도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판단해 허가를 내줬다”고 주장했다. 이어 “재단 법인으로 수익사업을 해서 학교 경영에 충당하라고 법에 명시돼 있다”며 “서울 내 다른 대학교 재단 건물에 약국이 못 들어가는 것이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이에 대해 대구시약사회는 “약사법이 자세히 나와 있는 것이 아니다. 표면적으로 문구만 가지고 해석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또 “의약분업 취지에 맞지 않는다”며 “약국이 재단 법인 건물 앞에 개설돼 재단이 임대수입을 챙겨가게 되면 약국을 간접적으로 운영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출입구만 다를 뿐이지 동선상 몰아주기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관할 구청인 달서구청과 달서구 보건소에서 이미 지난달 조정위원회를 거쳐 약국의 개설을 허가했다. 보건소 관계자는 “약사법상 시설 관련 규정에 따라 행정기관이 판단한 결과, 약국 개설에 문제가 없었다”고 밝혔다.
대구시약사회는 이에 대해 약국 개설 허가 취소 소송을 준비 중이다. 약사회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인 내용이 나온 것은 아니지만 변호사들과 만나 의견 듣고 있고 조만간 소송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창원경상대병원도 유사한 내용으로 논쟁 중이다. 지난 2016년 2월 개원한 창원경상대병원에서는 부지 내 편의시설동에 생긴 약국으로 문제가 발생했다. 병원 개원과 동시에 약국이 입점됐지만, 지역 약사회에서 의료기관 내 약국 개설이라며 반발했다. 이에 대해 지난해 8월 경남 행정심판위원회는 병원과 이 편의시설이 도로로 구분돼 있어 약국 개설이 가능하다고 판단했고 창원시 보건소는 이를 받아들여 약국 개설을 허가했다.
지난해 12월 열린 1심에서 재판부는 “병원과 약국 필지 분할로 개설을 등록받았지만, 실제 독립 공간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해당 편의시설을 병원 구내 부속시설로 인식하도록 환자에게 안내했고, 병원과 정문 출입로를 같이 사용하는 점 등을 고려해 병원과 약국이 독립된 공간으로 구별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입점 약사들은 이에 불복해 항소했다.
병원 관계자는 “편의시설이 병원 소유는 맞지만, 전체 임대 권리를 외부인한테 준 상황”이라며 병원과의 관계에 대해 선을 그었다.
약국 개설에 대한 세부 규정이 없어 보건소별로 자의적으로 법령을 해석해 앞으로도 비슷한 문제가 계속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노상우 기자 nswrea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