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는 정상적인 발달 과정에서 2차 성징이 나타나는 시기다. 여자아이는 유방 발달로 시작하며, 남자아이는 고환 용적의 증가로 시작된다.
성조숙증은 2차 성징의 출현이 평균치의 2표준편차보다 빨리 나타나는 경우를 말한다. 일반적으로 여자아이는 만 8세, 남자아이는 만 9세 이전에 2차 성징이 시작되면 성조숙증이라고 판단한다.
초등학교 2~3학년 이하 여자아이에서 젖멍울이 만져지거나 아픈 경우, 초등학교 3~4학년 이하 남자아이에서 고환이 커진 경우, 그리고 성별 상관없이 최근에 키가 급격히 자란 경우 성조숙증을 의심해보아야 한다. 또 얼굴의 피지 분비나 여드름, 음모, 액모, 목소리 변화 등도 성조숙증을 의심할 수 있는 증상이다.
단, 정확한 시작 시점은 부모가 알기 어려워 여자아이는 만 9세, 남자아이는 만 10세 이전에 2차 성징이 있다면 평가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특히 남자아이는 시작 당시 부모가 알아차리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대부분 특별한 원인 없이 특발성으로 발생하지만, 부모 중 한 명이라도 사춘기가 빨랐던 가족력이 있거나 출생 체중이 작았던 아이에게서 성조숙증이 나타나기 더 쉽다.
성조숙증 아이들이 모두 비만한 것은 아니지만 과체중 또는 비만으로 체지방이 많은 것도 원인이 될 수 있으며, 체내에 축적된 환경호르몬이 성호르몬과 같은 작용을 해 성조숙증을 유발할 수도 있다. 이 외에 난소, 갑상선, 부신, 뇌의 기저 질환 등으로 인해 성조숙증이 발생하는 경우도 드물게 있다.
홍용희 순천향대학교 부천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성조숙증이 발생하면 당장은 키가 잘 크는 것 같아 심각성을 못 느낄 수 있지만, 급격한 신체 변화 및 성장이 일찍 일어나게 되면 성장판이 조기에 닫혀 최종 키는 정상적인 사춘기를 거친 경우보다 오히려 작아질 수 있다”며 “또 정서 발달에 비해 빠른 신체 성장, 즉, 또래와 다른 몸 상태로 아이들이 큰 스트레스를 받기도 한다. 특히 여자아이의 경우, 어린 나이에 이른 초경이 발생하여 놀라고 고민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홍 교수에 따르면 여러 혈액 검사 및 영상 검사를 통해 성조숙증으로 진단이 되면 사춘기를 늦추기 위한 ‘성선자극호르몬-방출호르몬 작용제 주사 치료’를 1개월 또는 3개월에 한 번 시행한다. 우리 몸에서 분비되는 호르몬과 같은 종류로, 호르몬이 결합하는 수용체의 감수성을 줄여 성호르몬 분비를 억제하는 작용을 한다.
그는 “성조숙증 치료제는 전 세계적으로 오랜 기간 검증된 주사제로 대부분 심각한 부작용이 없지만, 소아내분비 전문의의 지속적인 관찰이 필요하다”며 “치료 자체가 비만을 유발한다거나, 배란, 임신, 출산 등 생식기능에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 오히려 이른 나이에 성호르몬에 노출되었을 때, 유방암이나 난소암의 위험이 높으므로 성조숙증으로 진단되면 적극적인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