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한강 텐트 단속 강화에 나서겠다고 발표했다. 실효성이 떨어지는 규제를 강화하는 것은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는 21일 한강 텐트 허용 구역을 11개 공원의 13개 장소로 제한한다고 밝혔다. 4월~10월에 오전 9시~오후 9시까지 허용됐던 설치 시간은 2시간 앞당겨졌다. 11월~3월에는 텐트 설치가 전면 금지된다. 그러나 논란이 된 규정은 따로 있다. 텐트를 2면 이상 개방하지 않을 시 과태료 100만원을 부과한다는 내용이다. 하천법에 따르면 시·도지사가 정한 하천 구역에서 야영·취사행위를 할 경우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시민 반응은 구시대적이고 사생활 침해라는 의견, 충분히 규제할 수 있다는 의견으로 엇갈린다.
‘밀실 텐트’ 규제가 갑자기 생긴 것은 아니다. 시는 지난 2013년부터 규제를 해왔다. 그런데 갑자기 시가 단속 강화 방침을 밝힌 것은 서울시의원의 지적과 무관하지 않다. 지난 17일 서울시의회에서 양민규 의원(더불어민주당, 영등포4)은 “애정행위와 음란행위로 다수의 이용객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며 “애정행각을 하는 텐트 중에 미성년자가 많다”고 말했다. 양 의원은 더 나아가 텐트 문을 닫는 것을 금지행위로 규정하고, 이를 어길시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 조례를 개정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발언했다.
공은 현장의 단속전담공무원들에게 넘어갔다. 한강사업본부 산하 반포, 여의도 등 11개 공원 소속 단속원들은 규제의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토로한다. 먼저 단속 자체가 ‘주먹구구식’이다. ‘이상한 소리가 난다’는 민원 전화가 들어오거나, 순찰 중 내부를 들여다볼 수 없는 텐트가 발견되면 단속원들이 다가가 노크를 한다. 안에 있는 시민이 텐트 문을 열면 단속원은 ‘2면을 개방해주셔야 한다’고 안내하고 그 이유를 설명하는 식이다.
간혹 단속원을 향해 ‘왜 우리 텐트만 문제 삼나’고 항의하는 시민도 있다. 텐트를 접고 다른 곳에 다시 설치하거나, 텐트를 잠시 개방하는 ‘시늉’을 하다가 도로 닫아버리는 경우도 발생한다.
100만원 과태료 부과는 유명무실하다. 단속원들은 “공권력을 가진 경찰이 아닌데 어떻게 시민에게 한두 푼도 아니고 과태료 100만원이나 부과하나”라고 반문했다. 텐트 이용객들은 대부분 대학생, 사회초년생이다. 또 휴식을 즐기러 한강을 찾은 시민 앞에서 입이 안 떨어진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실제로 텐트 면을 2개 이상 개방하지 않아 과태료를 부과한 사례는 극소수다. 한강사업본부가 집계한 바에 따르면 취사·야영에 대한 과태료 부과 실적은 2015년 7건, 2016년 10건, 2017년 3건, 2018년 1건에 불과했다. 이마저도 취사행위나 텐트 허용 시간을 넘겨 벌금을 낸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게 한강사업본부 관계자 설명이다. 취사·야영에 대한 계도 건수는 어떨까. 지난 2015년 1만7095건, 2016년 1만6914건, 2017년 1만7856건, 2018년 1만9073건으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 중이다.
또 일선 공무원들은 애정행각으로 인한 민원이 급증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여의도 한강공원 관계자는 “풍기문란으로 들어오는 민원 전화는 거의 없다”면서 “많아야 주말에 두 세통 정도”라고 말했다. 반포 한강공원 관계자 역시 “애정행각 민원 건수가 급증한 건 아니다”라며 “꾸준히 쭉 있었던 문제이긴 하지만 보는 관점의 차이일 수 있다. 젊은 층이 보기에는 문제없는 애정행각인데 연세가 있으신 분들이 신고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양 의원은 시정질문 요점이 ‘밀실 텐트’가 아니었다는 입장이다. 양 의원은 “한강에 방문객 숫자가 계속 증가하고 있는데 지난해부터 ‘밤도깨비 야시장’까지 열리고 있다. 인근 주민들이 쓰레기 무단투기, 교통혼잡, 소음문제 고통을 이중으로 겪고 있다”면서 “그동안 제기된 여러 가지 민원 중 하나로 밀실 텐트 문제를 언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100만원이 시민의 눈높이에 어마어마한 과태료라는 사실을 잘 알고있다”면서 “무작정 과태료를 부과해서 세금을 거둬들이려는 의도가 아니다. 시민들에게 ‘그렇게 하시면 안됩니다’라는 걸 알리고 시민의식을 성숙하게 하기 위한 하나의 캠페인으로 봐달라”고 덧붙였다.
이웅혁 건국대학교 경찰학과 교수는 “아무리 단속을 한다고 해도 시민의식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면서 “공적인 장소에서는 사적 행동을 지양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강사업본부는 “최근 3년간 한강공원의 쓰레기발생량 또한 연 12% 이상으로 증가하여 그 문제가 심각함에 따라 한강을 깨끗하게 관리하고 지키고자 지난달 부터 한강공원 쓰레기 감량을 위한 직원·전문가 토론회와 한강공원 입주업체 간담회 등을 거쳐 지난 8일 ‘2019 한강공원 청소개선대책’을 수립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