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북러 정상회담을 통해 러시아와의 결속을 과시하고 국제위상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 위원장은 당초 귀국 예정일보다 하루 빠른 26일 오후 3시27분(한국시간 오후 2시27분) 전용열차를 타고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역에서 출발했다. 전날 김 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블라디보스토크 루키스섬에서 정상회담을 가졌다.
두 정상은 정상회담 후 연회에서 ‘혈맹’을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두 나라 인민은 조로(북러) 관계를 끊임없이 발전시키는 것이 공동의 이익에 전적으로 부합할 뿐만 아니라 지역의 평화·안전을 보장하는 데서도 필수불가결하다는 것을 깊이 인식하고 있으며, 조로 친선관계를 보다 새로운 높은 단계에 올려놓을 의지에 충만해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는 한반도 긴장 완화와 동북아 지역 전체 안보 강화를 위한 협력을 계속할 준비가 돼있다”고 화답했다.
김 위원장은 푸틴 대통령에게 북한 방문을 초청했고, 푸틴 대통령이 이를 수락한 사실도 알려졌다.
이번 북러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이 비핵화에 대한 ‘우군’을 확보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일단 대내적으로는 베트남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후 실추될 수 있었던 자신의 입지를 확고히 하고, 대외적으로는 러시아의 지지를 받는 모습을 과시했다는 분석이다.
또 푸틴 대통령은 북한의 체제보장을 비핵화 전제 조건으로 제시하면서 북한에 힘을 실어줬다. 푸틴 대통령은 북러정상회담 뒤 기자회견을 통해 “비핵화는 일정 정도 북한의 군비축소를 의미하는 것”이라며 “북한에는 자국 안보와 주권 유지를 위한 보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6자회담 재개 필요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외신들은 잇따라 이 발언에 주목하며 향후 비핵화 협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AFP통신은 “푸틴은 평양이 안보와 주권 보장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면서 워싱턴이 북한을 힘으로 누르려고 하는 데 대해 은근히 한 방을 먹였다”고 보도했다.
조윤제 주미대사도 북한이 북러 정상회담을 통해 자신들의 대미협상 입지를 넓히려 노력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발언했다. 조 대사는 전날 미국 워싱턴DC 한국문화원에서 기자들과 만나 “북측은 최근 대미협상 라인 변화 내지 정비를 모색 중인 것으로 보인다”며 이같이 말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