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음반이) 반투명했으면 좋겠어요. 속이 비치면서도 뭐가 들어있는지 보려면 열어봐야 하는 것처럼요.”
싱어송라이터 겸 프로듀서 퍼센트는 자신의 첫 번째 미니음반에 ‘폴리염화비닐’을 뜻하는 ‘PVC’라는 이름을 붙였다. 투명한 비닐 소재처럼 진솔한 자기 이야기를 담고 싶은 마음에서다. 30일 오후 서울 연희맛로 연희예술극장에서 만난 퍼센트는 “내 속까지 다 보여줄 수 있는 음반”이라고 소개했다.
퍼센트는 미국 시카고에서 태어나 유년시절을 보냈다. 중학생 때 한국에 온 그는 ‘음악가가 되고 싶다’는 꿈을 품고 스무살이 되던 해에 호원대학교 실용음악과에 진학했다. 그가 지금의 소속사 미스틱스토리를 만난 건 대학 동기인 가수 장재인의 소개를 통해서였다. 호원대 실음과 교수이자 피아니스트인 정원영은 퍼센트에 관해 묻는 윤종신에게 “내가 보증한다. 음악 잘하는 친구”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퍼센트는 데뷔 전부터 ‘실력파 음악가’로 소문이 자자했다. 서울예대에 재학 중이던 그룹 멜로망스의 멤버 정동환에게도, 호원대 실음과 동기인 가수 수민에게도 그는 흥미로운 존재였다. ‘음악’을 매개로 퍼센트와 가까워진 이들은 퍼센트의 첫 미니음반에도 도움을 줬다. 정동환은 더블 타이틀곡인 ‘캔버스 걸’(Canvas Girl)과 ‘래빗홀’(Rabbit Hole)을 퍼센트와 함께 작·편곡했고, 수민은 ‘래빗홀’에 피처링했다. 퍼센트는 “‘내가 다 만들어야지’라는 욕심은 자제하고, 친구들에게 자극을 받으면서 행복하게 작업했다”고 말했다.
‘음악 천재’에게도 음반을 만드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미스틱스토리 합류 이후 첫 음반을 내는 데 5년이 걸렸다. 윤종신에게 “너는 어떤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냐”는 다그침을 듣기도 했다. 이런 가르침은 ‘뮤직 갓’(Music God)의 가사를 쓰는 양분이 됐다. ‘뮤직 갓’에서 퍼센트는 자신을 ‘음악의 신’에 비유하며 스웨그를 뽐낸다. 그는 “어려서부터 한국과 외국을 자주 오가서 착해야 하고 내성적이었다. 그런데 음악을 하면서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닌데’라는 생각을 처음으로 하게 됐다”면서 “‘내가 만약 사자라면?’이란 생각을 하며 가사를 썼다. 어쩌면 이게 내 진심일지도 모른다”고 했다.
이 외에도 음반엔 ‘PVC’, ‘다운타운’(Downtown), ‘플라워 센트’(Flower Scent), ‘아무때나 돼’ 등 모두 7곡이 실린다. 이날 오후 6시 음반 발매를 앞둔 퍼센트는 “내 음반을 낸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며 감격스러워했다. 그는 “프로듀싱을 하던 작곡을 하던 노래를 부르던, 결국 (모든 것은) 나에게서 나온다고 본다. 그런 경계선은 두지 않고 작업하는 편”이라면서도 “20대에 음반을 내는 것이 꿈이었다. 앞으로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가수가 되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