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공항 고속도로 여배우 사망 사고 경위에 대한 의문이 풀리지 않고 있다.
배우 한지성(28)씨는 지난 6일 오전 3시52분 경기도 김포시 고촌읍 인천국제공항고속도로 김포공항IC 인근 고속도로 편도 3차로 중 2차로에 비상등을 켜고 자신의 차량을 세운 뒤 하차했다. 이후 한씨는 택시와 올란도 승용차에 잇따라 치여 숨졌다.
9일 사고 당시 장면이 담긴 블랙박스가 공개되며 의혹은 증폭되는 모양새다. 이날 YTN은 사고 현장을 지나던 차량의 블랙박스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에 따르면 조수석에 함께 타고 있었던 한씨 남편 A씨가 도로를 건너기 전 이미 한씨는 차량 트렁크 쪽에 나와있었다. ‘소변이 급해 차량을 세웠다’는 A씨 진술만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다.
영상 속에는 고속도로 한복판에 승용차 한 대가 비상등을 켠 채 도로에 서 있고, 차량 뒤 한씨가 허리를 숙인 채 서있는 모습이 담겼다. 그 뒤 A씨로 보이는 다른 인물이 재빠르게 가드레일을 넘어가는 모습이 잡혔다. 영상 속 음성에는 사고 목격자가 “담 넘어갔다. 다른 한 명은 뒤에서 토하고 있고”라고 말하는 내용이 담겼다.
A씨 진술 신빙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부분은 또 있다. 영상에 따르면 한씨가 사고를 당한 것은 A씨가 가드레일을 넘어간 직후다. 남편이 차에서 내린 지 불과 10초 정도도 지나지 않아 한씨는 택시에 치였다. 그러나 A씨는 앞서 경찰 조사에서 볼일을 다 본 뒤 사고 사실을 알았다고 진술한 바 있다.
A씨가 “사고 당일 술을 마셨다”고 경찰에 진술한 사실도 뒤늦게 알려졌다. 이날 CBS노컷뉴스 보도에 따르면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자신은 술을 마셨지만 한씨가 술을 마셨는지는 보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이에 경찰은 사고 전 이들 부부가 어디에서 누구와 술을 마셨는지 확인하기 위해 카드 사용 내역과 술자리 동석자 등을 확인하고 있다. 경찰은 블랙박스 영상에 한씨가 구토하는 것처럼 허리를 숙이는 장면이 나오지만 현장에 구토 흔적은 없었다고 덧붙였다.
블랙박스 영상과 A씨의 진술이 추가로 공개됐지만 여전히 한씨가 왜 2차로에 차를 급히 세웠는지는 여전히 의혹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 조수석에 앉아있던 남편이 ‘아내가 왜 차를 정차했는지 모른다’고 진술한 것 역시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이때문에 한씨 역시 음주운전을 했을 가능성, 또는 부부 간에 다툼이 있었을 가능성, 운전 미숙 등 추측이 제기된다.
한편 경찰은 한씨를 친 택시기사 B씨(56)와 SUV 차량 운전자 C씨(73)를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상 치사 혐의로 입건했다. 이들은 “주행 중 갑자기 사람이 나타나 정차하지 못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사인을 밝히기 위해 B씨와 C씨의 과속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도로교통공단에 의뢰한 상태다.
아울러 경찰 관계자는 “한씨의 시신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 의뢰해 정확한 사인과 사고 어느 시점에 숨졌는지를 조사할 방침”이라며 “더불어 한씨가 왜 차량 밖으로 나왔는지를 함께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8일 A씨는 경찰에 “소변이 급해 차량을 세우게 됐고 인근 화단에서 볼일을 본 뒤 돌아와 보니 사고가 나있었다”고 진술했다. 또 갓길이나 도로 가장자리인 3차로가 아닌 한가운데 2차로에 한씨가 차량을 세운 이유에 대해서는 “모르겠다”고 답했다.
한씨는 지난 2010년 여성 4인조 그룹 비돌스(B.Dolls)로 데뷔했다. 이후 배우로 전향했으며 드라마 ‘끝에서 두 번째 사랑’ ‘해피시스터즈’와 영화 ‘원펀치’ 등에 출연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