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경기, 부산 등 전국 11개 지역 버스노조가 오는 15일 총파업을 예고했다. 정부는 시내버스 요금인상이 필요하다는 반면 지방자치단체는 난색을 표하고 있어 난항이 예상된다.
정부는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해 버스업계 인력 추가 등을 위해 시내버스 요금 인상이 필요하다는 인식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 류근중 위원장과 한국노동조합총연맹 김주영 위원장과 비공개 회동했다.
이 자리에서 홍 부총리는 시내버스 요금 인상 필요성에 공감하며 중앙정부 역할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류 위원장은 홍 부총리와 면담 후 기자들을 만나 “부총리는 지금 시내버스 인허가 주무부처가 지방자치단체(지자체)로 이관돼 있고 중앙정부에서 지방정부로 돈이 내려가기 때문에 지원 역할은 지방정부가 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면서 “홍 부총리가 요금을 조정할 때가 됐다는 의견을 말했다”고 전했다.
전날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과 이재갑 고용부 장관 역시 합동연석회의를 열고 “각 지자체는 시내버스 안정적 운행을 위해 요금인상을 포함한 다양한 재원 마련 방안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지자체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당초 정부는 경기도를 포함한 서울, 인천 등 수도권 지자체장에게 버스요금을 200원 인상하라며, 먼저 경기도만 인상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이에 이재명 경기지사는 “수도권이 통합환승할인으로 묶여 있어 경기도만 요금 인상을 할 수 없다”며 ‘동시 인상’을 주장했다.
아울러 국토부도 지난 10일 버스노조 파업 대책 관련 브리핑을 통해 “수도권 요금은 통상 보조를 맞춰왔다”며 “수도권 버스 요금이 (현재) 50원 차이 나지만 (경기도가 요금을 200원 더 올려) 250원 차이가 나는 것은 형평성 차원에서 맞지 않다는 것은 맞다”며 경기도 편을 들었다.
서울시는 버스 요금 인상 필요성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김의승 서울특별시 대변인은 이날 오전 “서울시는 버스 인상 요인이 없는데 경기도에서 필요하다고 해서 시민들 부담을 늘릴 수는 없다”며 “명분도 없이 어떻게 요금을 올릴 수 있겠나”고 반문했다. 또 김 대변인은 “서울시는 주 52시간 도입을 착실히 준비했고 이미 업계 최고 수준 처우를 갖췄다”며 “다른 시도 버스 노조에서는 서울시처럼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파업을 불과 이틀 앞두고 ‘요금 인상’이라는 손쉬운 대책을 내놓은 정부를 향해 무책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토부 내 지난 3월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가 출범했고 이견을 조정할 시간이 충분했는데 제대로 대비를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번 버스 대란의 발단은 ‘주 52시간 근무제’다. 주 52시간 근무가 적용되면 버스기사들은 근무일수가 줄어들어 수입이 감소한다. 버스업계는 지난해 7월 주 52시간제를 도입할 때 특례업종으로 묶어 놔 달라고 요구까지 했었다. 정부는 “제도를 시행하며 문제점을 보완해 나가겠다”고 했지만 결국 손을 놓고 있다가 파업 사태를 초래하는 데 한몫했다.
버스업계는 앞서 지난 10일 오는 7월 시행되는 ‘주 52시간 근무제’를 앞두고 임금 보전 및 근무시간 조정이 해결되지 않을 경우 오는 15일부터 동시 파업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52시간제가 시행되면 버스기사 월급이 1인당 최고 110만원까지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기본급을 올리는 등 줄어드는 임금을 보전해 달라는 것이 버스노조의 입장이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