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작가 기안84가 또 한 번 사과했습니다. 지난 14일 네이버 웹툰에 공개된 ‘복학왕’ 249화 ‘세미나2’에 이주 노동자와 생산직 근로자를 희화화는 표현이 나온다는 지적 때문입니다. 기안84는 지난 7일에도 ‘복학왕’ 248화 ‘세미나1’이 공개된 뒤에도 청각장애인을 비하했다는 비판을 받고 사과한 바 있습니다. 이런 논란이 계속되자 네이버 등 플랫폼이 차별·혐오 표현을 걸러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문제가 된 ‘복학왕’ 249화는 식품 생산 중소기업에서 일하게 된 주인공 우기명은 이주노동자 등 직원들과 세미나를 떠나는 내용을 그립니다. 그런데 숙소가 무척 남루해요. 바닥엔 담배 자국이 눌어붙어 있고 공중에는 파리가 휘날리죠. 우기명을 포함한 다른 등장인물들은 남루한 숙소에 실망하지만, 검은 피부색을 가진 것으로 표현된 이주노동자는 “캅캅캅” “우리 회사 최고다” 등 감탄을 연발합니다. 중국 출신 노동자가 주먹으로 인형 뽑기 기계를 때려 부순 뒤, 피범벅이 된 손으로 인형을 들고 즐거워하는 장면도 있습니다.
이를 두고 일부 누리꾼들은 ‘차별적 표현’이라고 날을 세웠습니다. 결국 기안84는 사과했죠. 그는 YTN Star를 통해 “많은 분들이 불쾌함을 느끼셨을 표현에 대해 사과드린다”며 “앞으로 내용에 더 신중을 기할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고 전했습니다.
‘장애인 비하’ 논란으로 사과한 지 일주일 만에 벌어진 일입니다. 기안84는 앞서 공개된 ‘복학왕’ 248화에서 청각장애인이 닭꼬치를 사 먹으면서, ‘하나만 머거야디’, ‘마이 뿌뎌야디’, ‘딘따 먹고 는데’ 등과 같이 생각하는 것으로 묘사했습니다. 이에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은 “청각장애인을 지적으로도 문제가 있는 사람인 것처럼 희화화했다. 이는 명백히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의한 법률’에 해당하는 장애인 차별행위”라며 사과를 요구했습니다. 기안84는 같은날 “작품을 재밌게 만들려고 캐릭터를 잘못된 방향으로 과장하고 묘사했던 것 같다”며 사과했습니다.
웹툰 속 차별적 표현에 대한 문제 제기는 이전부터 계속돼 왔습니다. 가령 이달 초 네이버 웹툰을 통해 연재되고 있는 ‘틴맘’은 임신한 청소년을 지나치게 성애화했다는 비판을 받았죠. 주인공이 남자친구에게 임신 사실을 알리지 않고 혼자 책임지겠다고 결정하는 것이 ‘임신은 여성의 책임’이라는 사회적 통념을 답습해, 결과적으로 이런 현실을 강화시킨다는 지적도 있었죠. 네이버 측은 주인공의 신체를 부각하는 장면을 수정하는 한편, “주인공의 주체적인 고민과 이야기를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작품의 메시지가 충분히 의미 있다고 판단했다”면서 2~4화를 한꺼번에 공개했습니다. 임신의 책임을 여성에게만 지우려 한다는 비판에 대한 반박으로 보입니다.
그런데도 네이버를 향한 성토의 목소리는 잦아들지 않습니다. 여성 혐오 논란이 있던 ‘뷰티풀 군바리’, 학교 폭력을 미화할 여지가 있는 장면이 여러 차례 등장한 ‘외모 지상주의’ 등이 다시 수면 위로 오르면서, 콘텐츠 제공자인 네이버에 유해한 메시지를 가려낼 책임이 있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는데요. 반면 이런 규제가 창작을 가로막을 수 있다면서 ‘표현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는 반박도 나옵니다. ‘프로불편러’ ‘PC(Political Correctness·정치적 올바름)충’ 같은 신조어도 이런 맥락에서 생겨났죠. 양측의 공방이 뜨거운 가운데 네이버는 구체적인 해결 방안을 제시하지 않은 상태입니다. 거듭되는 논란이 웹툰 시장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좀 더 지켜볼 일입니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