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동 여경’ 대처 적절했다는 데도…계속되는 ‘여경 무용론’

‘대림동 여경’ 대처 적절했다는 데도…계속되는 ‘여경 무용론’

기사승인 2019-05-20 15:11:54

'대림동 술집 사건’에 대한 여성 경찰(여경) 대응이 적절했다는 경찰 측 입장에도 ‘여경 무용론’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지난 15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서울 구로구 구로동 한 술집 앞에서 술에 취한 중년 남성 2명이 남녀 경찰 2명에게 난동 부리는 영상이 올라왔다. 영상에는 술에 취해 욕설을 퍼붓는 중년 남성 A씨가 남자 경찰 뺨을 때리고 또다른 남성 B씨가 여경을 밀치는 모습이 담겼다. 

누리꾼들은 이 영상에서 여경이 B씨에게 밀려나고 시민에게 ‘수갑을 채워달라’고 도움을 요청한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남성보다 체력이 부족한 여성인 탓에 취객을 제압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논란이 커지자 서울 구로경찰서는 지난 17일 ‘대림동 경찰관 폭행 사건 동영상 관련 사실은 이렇습니다’라는 제목의 원본 동영상을 공개했다. 남자 경찰이 한 피의자를 제지하는 동안 여경이 무릎으로 다른 피의자를 눌러 제압했으며 여경 대응이 소극적이었다고 볼 수 없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또 무전으로 도움을 요청한 여경의 대응이 “현장 매뉴얼에 따른 정당한 업무 처리”라고 밝혔다. 현장 매뉴얼에 따르면 공무집행과정에서 경찰관이 폭행당한 경우 형사나 지역 동료 경찰관에게 지원을 요청하도록 하고 있다. 경찰 측은 여경이 수갑을 채워달라고 요청한 대상은 시민이 아닌 무전을 듣고 달려온 교통 경찰관이었다고도 해명했다.

경찰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언론 매체마다 “(수갑) 채우세요 빨리 채우세요”라고 말한 사람을 다르게 보도하면서 ‘조작 논란’마저 일었다. 결국 지난 18일 청와대 국민청원 페이지에는 “여경을 없애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글이 올라왔다.

경찰대 교수 출신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를 통해 “남자 경찰도 취객 한 명을 혼자서 제압하기 대단히 어렵다”며 “취객은 합리적이지 않은 상태로 저항하고 잘못하면 취객이 다칠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현장에서 직접 여경을 도왔던 교통경찰은 같은 방송에 출연해 “제 명예를 걸고 말씀드리는데 현장에 도착했을 때 여경이 완전히 제압하고 있었다”며 “수갑을 채운다는 게 혼자서는 정말로 어려운 일”이라고 부연했다.

여경 무용론은 처음 제기된 것이 아니다. 지난해 10월에는 부산에서 발생한 교통사고 현장에서 여경 4명이 아닌 일반 시민이 운전자를 구조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며 논란이 됐다. 경찰이 “출동한 여경들은 견인 차량을 부르고 부상자를 119에 인계하는 등 사고 처리에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지만 소용없었다.

경찰의 허술한 대응이 여러 차례 문제 됐지만 비난의 화살은 여경에만 집중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례로 지난 1월 ‘암사동 칼부림’ 사건 때 경찰이 테이저건과 삼단봉을 사용했지만 칼을 든 가해자를 제압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당시 경찰 대응에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남자 경찰이 필요하냐’는 논란까지 비화되지는 않았다. 

여경 무용론은 정부가 여성 경찰 비율을 높이겠다고 발표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지난 2017년 정부는 ‘공공 부문 여성대표성 제고 계획’에 따라 오는 2022년까지 여성 경찰 비율을 10.8%에서 15%로 늘리기로 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민갑룡 경찰청장은 신규 채용되는 경찰관 26%를 여성으로 채울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이후 경찰 지망생 들을 중심으로 ‘여경 비율을 높이는 것은 남성에 대한 역차별’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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