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외교관이 자유한국당 강효상 의원에게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전화통화 내용을 유출한 것과 관련해 더불어민주당·민주평화당·정의당 등 여야3당과 자유한국당이 엇갈린 목소리를 냈다.
더불어민주당·민주평화당·정의당이 일제히 우려를 표시하며 강 의원에 대해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촉구한 반면, 자유한국당은 “청와대는 국민에게 진실이 알려질까 두려워 공무원 사생활이 모두 담긴 휴대전화까지 조사했다”며 사과를 요구했다.
민주당 이재정 대변인은 23일 낸 논평에서 “이번 외교기밀 누설행위는 한미동맹을 훼손할 뿐만 아니라 향후 정상외교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칠 우려가 매우 크다”며 해당 외교관과 연루자를 철저히 밝혀 엄중한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강 의원이 “국가기밀 누설행위를 배후조종, 공모”했다면서 그 책임을 엄중히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회의원의 면책특권으로 보호받을 수 없다”며 “강 의원의 범죄 행위에 기대어 정치공세로 동조한 한국당 역시 그 책임이 크다”고 질타했다.
평화당 김정현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국가기밀을 정략적으로 활용한 아주 죄질이 나쁜 사례”라며 해당 외교관과 강 의원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밝혔다.
정의당 최석 대변인도 논평에서 “(강 의원이) 국회의원으로서 해서는 안 될 선을 넘고 만 것이다. 이것은 국민의 알 권리를 넘어서 국가를 공격하고 국격을 파괴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바른미래당 이종철 대변인은 “당시 야당 의원이 공개한 사항이 외교 기밀로 분류된다면 이는 외교관의 명백한 잘못”이라고 비판하는 한편, 청와대를 향해서도 “당시 야당 의원이 공개한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는데, 이제 와서 그 내용이 사실이라고 한다면 어리둥절하기만 하다. 청와대가 국민들에게 정보를 정확하고 충분하게 전달하지 못하고 있다면 이 역시 문제”라고 꼬집었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청와대가 부처 공무원들의 휴대전화를 반강제로 거둬 감찰하고 있다며 반발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청와대 특별감찰반 진상조사단’ 회의에서 “(강 의원을 통해) 폭로된 내용은 이 정권의 굴욕 외교와 국민 선동의 실체를 일깨워준 공익제보 성격”이라며 “한마디로 외교, 국민 기만의 민낯이 들키자 이제 공무원에게만 책임을 씌워가는 모양”이라고 말했다.
사건 당사자인 강 의원은 “국회의원이 밝힌 내용을 갖고 외교부 공무원의 휴대폰을 압수해서 조사한다는 게 21세기 대명천지에 가당키나 한 일인가”라며 날을 세웠다. 또 “청와대의 공무원 감찰은 공직사회를 겁박하고, 야당의 입에 재갈을 물리려고 하는 것”이라며 청와대에 사과를 요구했다.
김현아 원내대변인도 논평을 내고 “청와대는 국민에게 진실이 알려질까 두려워 공무원 사생활이 모두 담긴 휴대전화까지 조사했다”며 “국민은 정상외교를 비롯해 대통령의 모든 활동 내용을 정확하게 알 권리가 있다”고 밝혔다.
다만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위원장인 윤상현 의원은 SNS를 통해 “한미 정상회담과 관련한 외교기밀 누설 사태를 우려하고 있다”며 “정부·외교관·정치 모두 책임 있는 행동을 하지 않았다”고 관련자 모두를 비판했다.
이어 “국민으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은 정치의 최우선 가치는 국익”이라면서 “당파적 이익 때문에 국익을 해치는 일을 해서는 결코 안 된다”고 꼬집었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