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의 ‘비선실세’ 최순실 씨가 외국 방문 때 연설과 청와대 내부회의 발언을 조언하는 등 국정운영에 깊숙이 개입한 정황이 녹취록을 통해 드러났다.
시사저널은 지난 23일 최씨가 ‘박 전 대통령의 말과 글을 주무르며 국정에 쉴 새 없이 관여했다’며 최씨와 정호성 전 비서관, 박 전 대통령과 정 전 비서관 사이 휴대전화 녹음파일 11건을 공개했다.
해당 녹음파일에 따르면 최씨는 2013년 6월 박 전 대통령의 중국 칭화대(淸華大) 연설을 앞두고, 연설에 중국어 발언을 집어넣으라고 정 전 비서관에게 지시했다. 정 전 비서관이 ‘제갈량 구절을 중국어로 말씀하시면 어떻겠냐’고 하자, 최씨는 “‘중국과 한국의 젊은이들이 미래를 끌고 갈 젊은이들이 앞으로 문화와 인적교류, 문화와 인문교류를 통해서 더 넓은 확대와 가까워진 나라로 발전하길 바란다. 여러분의 미래가 밝아지길 기원한다. 감사한다’ 이렇게 해서 (중국어로 말하게 해라)”고 답했다.
또한 최씨가 대통령 주재 청와대 수석 비서관 회의와 국회의 외국인투자촉진법(외촉법) 개정 및 예산안에도 관여한 정황도 나왔다. 대수비(대통령 주재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 때 박 전 대통령의 발언을 조언하고, 국회 예산안과 관련해서도 “이 예산이 지금 작년 예산으로 돼서 특히 새로운 투자법(외촉법)이나 국민 그거를 못하게 되는데, 이걸 본인들 요구 들어주지 않는다고 해서 국민을 볼모로 잡고 이렇게 하는 건 국회의원이나 정치권에 무지한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고 책임져야 될 것이다, 이런 식으로 좀 하세요”라고 지시했다.
이뿐 아니라 정홍원 당시 국무총리, 유민봉 당시 청와대 국정기획 수석을 향해 뭔가를 주문한 정황도 녹취록을 통해 드러났다. 정 전 비서관은 녹취록에서 “선생님” “네, 알겠습니다”라고 답하며 대체로 최씨의 지시를 따르는 모습이었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