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AreWithYouHara”
그룹 카라 출신 가수 겸 배우 구하라가 지난 26일 새벽 극단적 선택을 시도해 병원으로 이송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온라인에는 그를 향한 응원 물결이 일었다. ‘우리는 당신과 함께 한다’ ‘우리는 구하라를 사랑한다’는 해시태그가 SNS를 통해 확산되고 있다. “피해자는 일상으로, 가해자는 감옥으로”라는 구호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구하라는 지난해 9월 전 남자친구 최종범 씨와 폭행 시비가 불거지며 법적 다툼을 벌이고 있다. 처음엔 최씨가 폭행 피해자로 알려졌지만, 최씨가 구하라와 다투는 과정에서 팔과 다리 등에 타박상을 입히고 ‘성관계 동영상을 유포하겠다’며 협박한 혐의가 드러났다. 지난해 8월 구하라 몰래 구하라의 등과 다리 등을 촬영한 혐의도 있다.
최씨는 성폭력범죄의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 상해, 협박죄 등으로 불구속 기소돼 재판받고 있다. 지난달 열린 첫 번째 공판에서 최씨 측은 재물 손괴 혐의만 인정하고 다른 모든 공소 사실은 부인했다. 오는 30일엔 두 번째 공판이 열린다. 구하라는 이날 공판에 증인으로 참석할 예정이었으나, 현재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고 있어 참석 여부는 불투명한 상태다.
사건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구하라는 극심한 우울증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포털사이트 연관 검색어로 2차 피해를 입은 데다 누리꾼들의 악성 댓글에도 시달려 왔다. 최근 일본 활동을 시작한 뒤에는 성형수술을 했다는 이유로도 악플러들의 집중 공격을 받았다. 구하라가 치료 목적의 수술이었다고 밝힌 뒤에도 비난은 끊이지 않았다.
한국사이버성폭력상담소의 이효린 대표는 “(이런 사건의 흐름이)새롭지 않다고 느낀다. 원래 있어 왔던 일들”이라고 봤다. “구하라가 유명인이기 때문에 더 많은 사람들에게 피해가 알려지긴 했으나, 비연예인인 피해자들도 늘 이런 상황에 놓여있었다는 생각”이라는 것이다.
사이버 성폭력의 경우 “최초 피해(비동의 촬영 및 유출)의 재생산”이 빈번하다고 이 대표는 말한다. 한 번 유출된 불법 촬영물은 이후에도 끊임없이 유통돼 피해자를 고통으로 몰아넣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최초 가해자는 가해 행위를 한 번 저지른 것이라고 주장하겠지만, 피해가 한 번으로 종결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피해자는 계속되는 통증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국내에선 사이버 성폭력 피해자들을 향한 그릇된 관심이 높다. 피해자를 색출하려고 하거나 피해 영상을 찾아보려는 시도가 잦다. 지난달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일명 ‘정준영 동영상’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 대표는 “하나의 해결책이 존재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인식 변화와 더불어 피해자를 보호하고 가해자를 엄중히 처벌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도 2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의당 상무위원회에서 “구하라 씨, 당신의 잘못이 아니다. 건강을 회복하고 당당히 복귀해서 구하라 씨가 승자가 되기를 저 또한 간절히 기원하겠다”면서 “구하라 씨 같은 피해자가 더 이상 생기지 않도록 국회를 조속히 정상화하고 불법 촬영물을 엄벌하는 법안을 신속히 처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