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예능 프로그램 ‘런닝맨’이 ‘박종철 고문 치사 사건’을 희화화하는 듯한 자막으로 입길에 올랐다.
지난 2일 방송한 ‘런닝맨’에선 출연자들이 팀을 나눠 팬미팅 물품을 준비하던 과정이 그려졌다. 문제가 된 자막은 가수 김종국과 배우 전소민의 대화 도중 나왔다. 김종국이 전소민에게 “(전소민이 속한 노란팀은)1번에 딱 몰았을 것 같다”며 전소민 팀의 준비 상황을 추측하자 전소민이 기침을 했고, 이에 제작진은 ‘1번을 탁 찍으니 엌 사례 들림’이라는 자막을 내보냈다.
방송 이후 시청자들은 해당 자막이 박종철 고문치사사건을 희화화했다며 비판을 쏟아냈다.
박종철 고문치사사건은 박종철이 1987년 경찰의 물고문과 전기고문으로 사망한 사건을 말한다. 당시 공안당국은 사건의 진실을 은폐하고자 “경찰이 책상을 탁 하고 치자 박종철이 억 하는 소리를 내며 쓰러져 죽었다”고 설명했는데, 제작진이 이런 역사적인 비극을 희화화했다는 것이 비판의 골자다.
한 누리꾼은 ‘런닝맨’ 시청자 게시판에 “5월 18일 지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많은 사람들이 보는 프로그램에서 민주화운동을 떠올리게끔 하는 문장을 본인들의 개그 소재로 삼는다는 게 말이 되나요”라는 글을 올려 항의했다. 또 다른 시청자는 담당자의 징계와 시청자 사과를 요구한다면서 “유머로 희화화될 수 없는 故 박종철 고문 치사사건과 관련된 문구인데 자막 사용할 때 검열 안하시나봅니다?”라고 적었다.
런닝맨은 지난 4월에도 프로그램에 등장한 게임 포맷이 웹툰 ‘머니게임’의 설정과 비슷하다며 표절 논란에 휩싸였다. 제작진은 지난달 26일 방송 도입부에서 자막을 통해 ‘머니게임’의 설정과 스토리를 일부 인용했다고 인정하며 사과했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