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어선 1척이 아무런 제지 없이 동해의 강원 삼척항까지 진입한 사건과 관련해 해상 경비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안규백 국회 국방위원장은 19일 국회에서 합참으로부터 비공개 보고를 받은 직후 기자들과 만나 “감시 정찰 능력을 최대로 발휘했지만 우리 레이더로서는 200~300km를 촘촘히 잡아내기 쉽지 않다”면서 “동해상이 워낙 넓은 지역의 해역이라 이를 감안하면 감시, 정찰 능력에 한계가 있었던 것으로 파악한다”고 밝혔다. 안 위원장은 “북한에서 내려온 목선이 1.8톤이고 도 파도가 북한에서 온 목선보다 높이 있었기 때문에 여러가지 감시, 정찰하는 데 한계가 있었던 것으로 보여진다”고 부연했다.
다만 안 위원장은 “(한계에도) 불구하고 잡아내야 하는데 그 부분이 경계 실책이라고 한다면 누군가는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라며 “합동 신문 결과에 따라 우리 군의 내부 조사를 통해 부족한 것에 대해서는 질책이 있어야 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날 군 당국에 따르면 북한 선박(소형목선)에 탄 4명 모두 민간인으로 확인됐다. 이 선박은 지난 9일 함경북도에서 출항해 10일 동해 북방한계선(NLL) 북방에서 조업 중이던 어선군에 합류했다. 이어 지난 11∼12일 위장 조업을 하다 12일 오후 9시쯤 NLL을 넘어 남하했다.
13일 오전 6시쯤 울릉도 동북방 약 30 노티컬마일(약 54㎞) 해상에 도착했다. 엔진을 정지하고 대기하다 오후 8시쯤 기상악화로 해상에 표류했다. 이후 특정할 수 없는 시간에 최단거리 육지를 목표로 항해를 시작했다고 군은 밝혔다. 14일 오후 9시경 삼척 동방 2~3 노티컬마일(1.8~3.6㎞)에서 엔진을 정지 상태로 대기를 하다가 15일 해가 뜬 이후 삼척항으로 출발해 이날 오전 6시 20분경 삼척항 방파제 부두 끝부분에 접안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최초 신고 시각은 오전 6시50분이다. 산책을 나왔던 주민이 112신고를 했다. 신고자는 북한 선원에게 "어디서 왔느냐?"고 물었고, 북한 주민들은 "북한에서 왔다"고 답변했다. 이 당시 북한 주민 중 1명은 "서울에 사는 이모와 통화하고 싶다"며 휴대전화를 빌려달라고 요구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당초 군경은 북한 어선을 삼척항 인근에서 발견했다고 밝혔지만 실제로는 북한 어선 자력으로 삼척항 부두에 정박한 것으로 드러나 ‘해상 노크 귀순’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군은 해안 감시레이더에 어선으로 추정되는 물체가 미세하게 포착됐지만 파도가 일으키는 반사파로 인식, 조치를 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선원 4명 중 30대와 50대 남성 2명은 귀환 의사를 밝혀 18일 오전 10시 판문점을 통해 북한으로 귀환했다. 나머지 선원 2명은 귀순 의사를 분명히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