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공영 방송사 채널9(Channel9)의 뉴스 프로그램 ‘20 to One’이 그룹 방탄소년단에 대한 내용을 다루며 인종차별과 혐오 발언을 쏟아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제의 발언은 지난 19일 방송에서 나왔다. 여성 진행자는 방탄소년단을 소개하면서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가장 인기 있는 보이밴드다. 한국의 원디렉션”이라고 말했다. 남성 진행자는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다”고 받아친다.
이 프로그램은 방탄소년단이 해외에서 낸 성과를 소개하는 한편, 이들을 조롱하는 어조의 인터뷰도 함께 내보냈다. 한 남성 출연자는 “한국인이 미국에서 뭔가를 터뜨렸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무척 걱정스러웠다. 상황이 악화됐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방탄소년단의 미국 내 인기를 북핵 문제에 빗댄 연상시키는 발언이다.
또 다른 남성이 “방탄소년단의 춤은 멋지다. 노래는…가능한 수준”이라고 발언한 장면 뒤에는 방탄소년단의 한 멤버가 노래를 부르다 음 이탈이 난 장면을 연달아 편집했다. 방탄소년단의 UN 연설을 두고는 진행자들끼리 “무슨 얘기를 했냐” “아마도 미용 제품에 관한 것”이라는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혐오 발언도 잇따랐다. 한 남성 출연자는 방탄소년단의 팬덤 아미를 ‘미쳤다’고 표현하면서 “한 번은 ‘멤버들 중에 게이가 있느냐고 SNS에 물어봤는데, 팬들이 나를 엄청나게 공격했다. 그런데 게이는 분명 있을 것이다. 남자 7명 가운데 1명은 (게이가) 있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해당 방송을 접한 아미들은 SNS를 통해 유감을 표하며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채널9은 사과하라’는 내용의 해시태그를 단 글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는 상태다. 일부 아미들은 국내 기업이 해당 방송의 스폰서임을 지적하면서 “이 방송에 대한 광고 스폰서쉽 철회를 정중히 요구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채널9은 SBS팝아시아를 통해 “해당 내용은 내용들은 방송통신 규제에 어긋난 것이 없으며 팀의 인기를 유머러스하게 강조한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방송으로 인해 불쾌한 사람들이 있었다면 사과한다”고 밝혔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