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만 9번째” 집배원 사망사고…예산 이유로 인력충원 ‘감감무소식’

“올해만 9번째” 집배원 사망사고…예산 이유로 인력충원 ‘감감무소식’

기사승인 2019-06-20 16:46:03

충남 공주우체국에서 일하던 40대 집배원이 숨진채 발견됐다. 집배원 사망사고는 올해 들어서 9번째다. 열악한 노동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전국우정노동조합(우정노조)은 20일 A씨 빈소가 마련된 대전 한 장례식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A씨에 대한 국과수 부검 결과, 사망 원인이 뇌출혈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우정노조는 “올해만 A씨를 포함해 집배원 9명이 과로와 스트레스에 시달리다가 숨졌다”면서 “집배원 주5일제 근무와 인력 증원이 즉각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근로자들의 생존권과 기본권을 지켜달라”고 촉구했다. 이어 우정사업본부가 집배원 인력 2000명 증원과 토요일 배달 중단 요구를 수용하지 않으면 내달 9일 전면 총파업에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인 신창형 민주당 의원도 이날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신 의원은 “A씨가 근무했던 당진우체국은 연간 노동시간이 2962시간으로 OECD평균보다 하루에 5시간을 더 일한다”면서 “이렇게 일하고 안 죽는 게 이상한 것 아닌가. 죽도록 일하자고 하는 우리 산업현장 좌우명이 아직도 바뀌지 않고 있다는 현실을 그대로 입증한다”고 비판했다. 또 신 의원은 과로사 예방법 제정을 촉구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최승묵 전국집배노동조합 위원장은 “49세라는 젊은 나이에 돌연사로 쓰러져야 하는 곳이 바로 우체국”이라며 “우정사업본부가 인력증원 예산이 없다고 핑계로 정규집배원을 늘리지 않고 있다”며 기존 인력 증원 노사합의 이행을 다시 한번 촉구했다.

우정사업본부는 지난 2018년 12월 국회에 1000명 증원 예산을 요청했는데 전액 삭감됐다며 그 이후로 아무런 대책을 내놓고 있지 않다.

A씨는 지난 2014년부터 비정규직 신분으로 당진우체국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7월 정규직으로 전환됐으나 하루 평균 12시간 안팎의 고된 노동을 했다는 게 유족들의 주장이다. A씨는 결국 19일 새벽 당진에 있는 자택에서 사망한 채 발견됐다. 우정사업본부는 우정노조와 공동으로 사망사고조사위원회를 구성하고 사고 경위를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지난달에는 충남 공주우체국 집배원이었던 30대 이모씨가 사망했다. 사인은 과로로 인한 심장마비였다. 집배원 노동조건 개선기획추진단이 지난해 10월 발표한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집배원들의 연간 노동시간은 2745시간이다. 한국 임금노동자 평균인 2052시간보다 700시간가량 많은 수치다. 집배원의 산업재해율은 소방관(1.08%)보다 높은 1.62%로 조사됐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정진용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