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세비 지지한 적 없다고. 기레기들아’ 지난 며칠간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 헬스 갤러리엔 이런 제목의 글이 연달아 올라왔습니다. 지난 22일 새벽 서울 강남의 한 클럽 앞에서 벌어진 폭행 사건 피의자로 피트니스 모델 류세비가 지목된 뒤, 헬스 갤러리 이용자들이 ‘류세비 지지 성명’을 발표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자 보인 반응인데요. 일부 누리꾼들 사이에선 ‘기자가 직접 성명문을 쓰고 기사화해 논란을 만드는 것 아니냐’는 음모론(?)도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포털사이트 네이버를 기준으로 ‘류세비 지지 성명’을 검색했을 때 나오는 기사는 50개 이상입니다. 작성자가 누구인지, 성명서는 어떤 절차를 거쳐 작성됐고, 이것이 해당 집단을 충분이 대표할 수 있는지에 대한 검증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무분별하게 기사화가 이뤄졌다는 거죠. 해당 성명에는 “팬들은 당시 무슨 피치 못할 사정이 있었을 것이라 굳게 믿고 있다”는 문장이 나옵니다. 당사자의 입장과 상관없이, 류세비에 대한 여론을 악화시킨 표현이죠. 그렇다면 이 성명을 기사로 낸 언론사들은 과연 책임이 없을까요?
이뿐만이 아닙니다. 류세비가 포털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자, 높은 조회수를 노리는 이른 바 어뷰징 기사들이 속출했는데요. 그 제목들이 무척 충격적입니다. 류세비의 과거 수영복 화보를 ‘재조명’하며 그의 몸매를 품평하는 기사는 물론이고, 류세비의 외모를 걸그룹 멤버와 비교한 기사, 과거 인터뷰 내용을 토대로 ‘성격·정신 문제’를 운운하는 기사 등이 쏟아졌죠. ‘요즘 언론’의 낯 뜨거운 모습입니다.
과열된 속보 경쟁에 피해를 본 사람도 있습니다. 한 온라인 매체가 류세비의 폭행 의혹을 보도하면서 뮤지컬배우 박모씨의 사진을 게재해 질타 받은 사건인데요. 박씨는 해당 기사 댓글로 “기자님은 사진이 당사자 본인이 아닌지 확인도 안하고 올리시나요? 언론사로 아무리 전화해도 받지 않고, 기자님 이메일로 보내도 답이 없으셔서 댓글로 남깁니다”라며 “전 이 기사 때문에 이유 없이 성적 모욕과 비난을 받고 있습니다”라고 호소했습니다. 실제로 해당 기사에 올라온 사진은 박씨가 비키니 수영복을 입고 있는 모습으로, 댓글엔 성희롱성 발언이 실렸는데요. 이후 기사 사진은 교체됐고 해당 매체에선 정정보도문을 내며 사과했지만, 씁쓸함은 가시지 않습니다. ‘기레기’라는 조롱 앞에서, 우린 얼마나 떳떳할 수 있을까요.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