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친서를 주고받았다.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 이후 교착 상태에 빠져있던 비핵화 협상 재개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23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김 국무위원장에게 보낸 친서에 대해 “실무 협상이 재개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과 실무협상이 재개될 수 있을지’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북한의 반응에 따라 가능성이 달라질 수 있다면서 “미국은 당장 협상을 재개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친서를 받은) 김 위원장 발언을 보면 (대화가 재개될) 진정한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면서 “미국은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북한과 협상을 위해 노력했고 북한보다 더 나은 지점에 있다”면서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같은날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도 성명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친서를 보냈고 두 정상간 친서 교환이 계속 진행되고 있다”면서 친서를 보낸 사실을 확인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 국무위원장은 친서에 대한 만족감을 공개적으로 드러냈다. 전날 북한 노동신문은 1면 머리기사로 김 국무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이 보내온 친서를 읽고 만족을 표했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노동신문에 따르면 김 국무위원장은 친서를 읽고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판단 능력과 남다른 용기에 사의를 표한다. 훌륭한 내용이 담겨 있다”고 만족감을 표시했으며 “흥미로운 내용을 심중히 생각해볼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7일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과의 인터뷰에서 김 국무위원장에게 받았다는 친서를 공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 대화가 오가고 있느냐는 질문에 “음 그렇다”면서 즉석에서 배석한 참모진에게 친서를 가져오라고 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생일축하 편지”라면서 “인편으로 어제 내게 전달됐다. 꽤 좋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11일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김 국무위원장에게 친서를 받았다고 한차례 밝힌 바 있어서 같은 친서인지, 아니면 별도의 친서인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북미 정상회담이 ‘톱다운’ 형식으로 진행돼온 만큼 이 같은 친서외교 재개를 긍정적 ‘신호탄’으로 보는 관측이 나온다. 친서는 비핵화 협상의 막힌 대화 물꼬를 터주는 역할을 해왔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 국무위원장은 지난해 6월 1차 북미정상회담을 열흘 앞두고 처음 친서를 주고받았다. 이 친서는 비핵화 보상조치를 두고 막판 진통을 겪던 협상 분위기를 풀어주는 역할을 했다. 또 싱가포르 회담 이후 북미간 분위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두 정상은 친서 교류를 계속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24일 YTN라디오 ‘김호성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작년에도 싱가포르 정상회담이 잘 안 된다는 이야기가 나올 때 두 정상이 친서를 주고받으며 판을 바꿔 가는 흐름을 보였다”면서 “그래서 이번에도 친서외교가 힘을 발휘하고 있다고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김 교수는 “주요 20개국(G20) 회의를 기점으로 남북정상회담, 제3차 북미정상회담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지고 있다”면서 “한반도 비핵화 평화체제 프로세스에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는 시점이 되고 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