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정부 들어 처음으로 6.25전쟁 참전유공자들이 청와대를 찾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24일 참전 유공자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위로연을 겸한 오찬을 함께 했다. 이 자리는 국군 참전유공자, 유엔군 참전용사와 故 김영옥 대령 조카 부부, 화살머리고지 참전유공자, 장진호전투 참전경찰 배우자 등 유가족 182명이 참석했다.
이번 행사는 ‘대한민국의 오늘을 있게 해 주신 여러분께’라는 주제로, 리틀엔젤스의 환영 공연, 전우에게 보낸 편지 낭독, 감사공연 순으로 진행됐다.
‘꼬마 보훈외교관’으로 알려진 부산 용문초 6학년 캠벨 에이시아 양. 캠벨 에이시아 양은 ‘만나고 싶었습니다’라는 주제로 평범한 우리 이웃들이 6.25전쟁에 참전하게 된 이야기를 현장감 있게 전달한 뒤, 참석자들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캠벨 양은 간호장교로 6.25전쟁에 참전한 박옥선 여사께 기억에 남는 전투가 있는지 물었다. 이에 박옥선 여사는 “옹진전투에서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는데, 하루에 4~500명씩 부상자와 사상자가 생겼다”며 “그 당시에는 의료 장비가 부족해서 제대로 치료를 못했는데 그것을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아프고, 더 열심히 일을 못했던 것이 후회스럽다”고 말했다.
또 故 김영옥 대령의 후손 다이앤 맥매스 님과도 인터뷰를 진행했다. 김영옥 대령은 미국 최고의 전쟁영웅 16인에 선정됐으며, 제2차 세계대전에서 무공을 세운 뒤 전역했지만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다시 입대해 조국으로 달려온 분이다.
미 해병 제1사단 소속으로 인천상륙작전, 장진호 전투와 흥남철수작전에 참가한 조셉 W. 벨란저 님은 “한국의 발전상이 놀랍고, 흥남철수작전에 참가했던 한 사람으로서 대한민국 대통령을 만나니 감회가 남다르다"고 말했다.
이어, 6.25전쟁 당시 프랑스 대대에 배속되어 화살머리고지 전투에 참전한 박동하 선생은 “아직 돌아오지 못한 나의 전우들에게” 쓴 편지를 낭독했다.
“얼마 전 우리의 마지막 전투 장소였던 화살머리고지에 다녀왔다.
그곳을 지켜내기 위해 얼마나 많은 땀과 피를 흘렸는지,
너무나도 많은 전우들이 이 땅을 지키다가 전사했다.
화살머리고지를 지키기 위해 밤새도록 치열한 전투를 벌였던 기억이 나는구나.
전투를 치르고 나면 전우들의 모습이 하나 둘 보이지 않았지.
전우들의 시신을 직접 수습하던 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가슴이 미어지는구나.
어느 날엔가는 치열한 전투를 벌이고 나서
자리를 비운 사이 포탄이 떨어져 우리 전우들을 한꺼번에 잃은 날이 있었지.
어떤 이는 머리가 없고, 어떤 이는 다리가 없고,
누군가는 배가 터져 알아볼 수조차 없었다.
그날만 생각하면 너희들을 다시 볼 수 없다는 생각에
눈물이 나고 잠을 이를 수가 없었구나.”
전우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낭독하며 박동하 선생은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고 흐느끼기도 했다. 박동하 선생은 화살머리고지 유해발굴 현장에 다녀온 이야기를 전하며 “시체 하나 없을 때까지 찾아내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한다. 부디 영면하라”는 말로 편지를 맺었다.
문 대통령은 “그동안 참전용사와 가족분들을 외부 행사장에서 뵙고 헤어지는 것이 아쉬웠는데, 이렇게 청와대에 모시게 되어 매우 뜻깊게 생각한다”고 인사를 전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감동적인 편지를 낭독해준 박동하 선생께 감사를 표한 뒤, “정부는 4월 1일부터 화살머리고지 유해발굴을 시작해 지금까지 유해 72구, 유품 3만3천여 점을 발굴했다”고 말했다. 이어 “마지막 한 분까지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실 수 있도록 최고의 예우를 갖춰 유해발굴을 계속해갈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영수 기자 juny@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