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가 너무 높았나” 문재인 정부와 척지는 노동계

“기대가 너무 높았나” 문재인 정부와 척지는 노동계

기사승인 2019-07-03 06:05:00

문재인 정부와 노동계 간 갈등이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대정부 투쟁을 공식 선포했다. 3일 학교 비정규직 노조, 교육 공무직 본부, 여성 노조 등으로 구성된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이하 연대회의)의 총파업이 시작된다. 초중고교에서 일하는 급식 조리원 등이 참여하면서 ‘급식대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파업 예상 참가 인원은 5만명에 달한다. 연대회의는 2일 교육당국과 막판 교섭을 벌였으나 양쪽은 끝내 접점을 찾지 못했다.

민주노총은 오는 18일에는 투쟁 수위를 높여 전국 총파업에 돌입한다. ‘문재인 정부의 노동탄압 분쇄’를 내걸었다. 민주노총은 앞서 지난달 21일 ‘대정부 규탄 투쟁’을 예고하며 “받은 것에 두 배 이상을 갚아 ‘민주노총을 건드리면 큰일 나겠구나’를 느낄 수준으로 투쟁하겠다”고 선언했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초기만 해도 민주노총은 정부와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했다. 지난해 1월 문재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청와대에서 단독회동을 했다. 이는 지난 2007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이후 11년 만이었다.

그러나 탄력근로제 단위시간 확대와 최저임금 결정체계 변경을 두고 민주노총과 정부간 견해 차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5월9일 취임 2주년 특별 대담을 통해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 공약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며 속도조절론을 시사했다. 또 경영계가 내년 최저임금 동결 또는 마이너스 인상률을 주장하자 노동계는 “최저임금 1만원은 사회적 약속”이라며 반발했다. 뿐만 아니다. 국제노동기구(ILO) 핵심 협약 비준은 지난해 7월부터 관련 논의가 시작됐으나 지지부진하다.

갈등은 결국 외부로 표출됐다. 민주노총은 지난해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 끝내 불참했다. 이를 두고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국회에 출석해 “민주노총과 전교조는 더 이상 사회적 약자가 아니다”라며 “조금 더 책임 있는 자세로 사회적 책임을 나누는 결단을 해야 한다”며 작심 발언했다. 민주노총은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민주당)과도 관계가 악화된 상태다. 지난해 홍영표 민주당 전 원내대표는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와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 확대 반대, 한국GM의 연구·개발 법인 분리 반대 등 이유로 민주노총이 기습 시위를 벌이고 지역사무실을 점거하자 “너무 일방적이라 말이 안 통한다”는 발언에 이어 “1970~80년대 생각을 갖고 시대에 뒤떨어진 인식과 행동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이 국회 앞 불법시위를 계획·주도한 혐의로 지난달 21일 구속되자 갈등은 최고조에 달했다. 역대 민주노총 위원장이 구속된 건 권영길 위원장(1995년), 단병호 위원장(2001년), 이석행 위원장(2009년), 한상균 위원장(2015년) 등 모두 네 차례다. 다만 김 위원장이 구속 6일 만에 조건부 석방되자 투쟁 수위가 낮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민주노총은 예상을 뒤엎었다. 김형석 민주노총 대변인은 지난달 30일 “김 위원장 구속 여부와 무관하게 문재인 정부 노동개악과 노동탄압 기조는 바뀌지 않았다”면서 예정된 투쟁을 그대로 한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진보진영에서는 배신감까지 토로하고 있다. ‘노동 존중 사회’를 내걸었던 문재인 정부가 노동계를 외면한다는 서운함이다. 또 노동계가 촛불정권 창출에 기여했다는 데서 서운함은 배가 됐다. 지난달 24일 단병호 전 민주노총 위원장은 김 위원장 구속 규탄 기자회견에서 “민주노총은 촛불항쟁을 통해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이끌어 냈고 그 힘으로 사실상 문재인 정부가 탄생했다”면서 “문재인 정부가 민주노총 김 위원장을 구속시킨 것은 명백한 정치 도덕적 배반행위”라고 성토했다.

진보정권과 노동계의 불화는 처음이 아니다. 고 노 전 대통령 역시 비슷한 전철을 밟았다. 노무현 정부는 민주노총과 우호적인 관계로 출발했다. 그러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이라크 파병,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등 이슈를 두고 민주노총과 충돌하면서 지지기반이 크게 흔들렸다. 

장홍근 한국노동연구원 노사관계연구본부장은 “문재인 정부에 대한 노동계의 기대치가 너무 높았다”면서 “그만큼 실망도 큰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현정부 경제 상황이 너무 어렵다. 박근혜 정권 때부터 이미 다 예견됐던 일”이라면서 “눈앞의 성과만 내려고 비타협적 노선을 고집하는 민주노총도 아쉽지만, 정부가 현실적 어려움에 대한 이해를 구하고 처음부터 기대치를 너무 높이지 않았더라면 하는 아쉬움도 있다”고 설명했다. 

장 본부장은 “현재 민주노총과 문재인 정부 간 갈등을 적대적으로까지는 보지 않는다”면서 “상호 존중과 신뢰가 갖춰진다면 충분히 갈등이 해결될 여지가 있다”고 봤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정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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