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을 앞둔 예비 엄마 A씨(34세)는 임신 30주차에 평소와 달리 뒤틀리듯 아픈 심한 배뭉침으로 하루 종일 시달리다 결국 응급실로 실려갔다. 조기진통으로 이미 자궁이 1cm나 열려있고 자궁경부가 짧아져 조산 위험이 높은 상태였다. 아이를 생각하며 34주차까지 약 한 달간 악착같이 버텼지만, 반복되는 자궁수축과 숨이 차고 열이 나는 등 치료제 부작용으로 몸과 마음이 만신창이가 됐다.
최근 우리 사회가 저출산 대책에 힘을 쏟고 있는 가운데 조기 진통 임산부에 대해서도 관심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아이를 낳고 키우는 일뿐만 아니라 출산 과정에도 사각지대가 있다는 것.
조기진통이란 임신 만 37주 이전에 진통이 오는 현상으로 조산의 대표적인 위험인자다. 조산은 유산이나 태아의 건강이상을 야기하는 요인이기 때문에 가급적 조산을 막아 태아를 건강하게 출산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아직까지 조기진통 임산부에 대한 적절한 치료 지원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조산한 산모 절반은 조기진통....규칙적인 배뭉침 통증 땐 의심
의료기술이 발달했다고 하지만, 태아에게 가장 편안한 환경은 엄마의 뱃속이다. 건강한 출산은 태아가 엄마 뱃속에서 대개 10달(만 40주), 적어도 만 37주가량 보낸 뒤 세상 밖으로 나오는 것. 그런데 이 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일찍 분만이 되면 저체중아가 될 뿐만 아니라 폐 성숙을 비롯해 각 장기의 성숙도가 떨어져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최근 이같은 조기진통 환자 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조산한 임산부의 절반은 조기진통을 경험한 것으로 알려진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국내 조기진통 환자는 최근 5년간 약 40% 증가해 2018년 기준 약 4만 7000명에 이른다.
김윤하 전남대병원 산부인과 교수(대한모체태아의학회 회장)는 “조기진통의 주요 증상은 배뭉침으로, 임신 중기인 7개월부터 주로 발생하는 임산부의 배뭉침 증상은 일반적으로 태아 성장에 따른 자연스러운 증상이며 안정을 취하면 금방 호전된다”며 “그러나 37주 이전에 1시간에 8번 이상 자궁수축 증상이 있거나 배뭉침과 함께 출혈이 나타나는 경우에는 조기진통일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쏟아지는 저출산 정책...조기진통엔 여전한 공백
조기진통이 나타나면 산모의 자궁 수축 정도와 태아 상태에 따라 진통 완화를 위한 입원 치료가 필요하다. 몸을 움직일수록 자궁수축이 심해지고 경부길이가 짧아져 절대 안정을 취해야 하기 때문.
대개 자궁수축이 심하게 올 때마다 자궁근육을 이완시키고 자궁수축을 억제하는 약물치료가 시행된다. 그러나 자궁수축억제제로 인해 많은 임산부가 손떨림, 호흡곤란, 홍조 등 심혈관 관련 증상 등 약물 부작용을 겪는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많다.
부작용이 아주 심한 경우 치료제 용량을 줄이거나 치료를 중단할 수 있으나, 조산에 대한 두려움과 죄책감으로 대부분이 고통을 감내하는 경우가 많다. 현재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자궁수축억제제의 경우 이같은 부작용 발생이 비교적 높게 보고된다. 다른 치료옵션도 있지만 높은 가격 때문에 의료현장에서 쓰이기 쉽지 않은 상황. 자궁수축억제제는 자궁수축이 올 때마다 사용하는 약제인 만큼 조기진통 기간이 길수록 치료비 부담이 커진다.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고위험 임산부의 건강보험 적용 확대‘를 요구하는 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임신 27주차 조기진통 산모의 남편이라고 밝힌 청원자는 "임신과 관련한 의료보험 미적용으로 인한 비급여 비용이 과다하다“며 "아내는 19주차에 자궁수축이 발생해 지금까지 입원하고 있다. 아내는 잦은 자궁 수축으로 비급여 전액 본인부담으로 1회에 60만 원 정도의 비용을 들여 뱃속의 아기를 지키기 위해 버티고 있다”고 호소했다. 뱃속 아기를 지키고, 산모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서라도 조기진통 관련 의료비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산부인과 전문가들은 저출산 정책 안에서 임산부를 지원하기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김윤하 교수는 “조기진통으로 인한 조산은 신생아 사망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침은 물론 결국 저출산이라는 사회적 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며 “특히 조기진통 시 경제적 여건과 상관없이 시의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임산부의 출산과 건강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