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문제를 빼돌려 쌍둥이 딸들의 성적을 크게 올린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숙명여고 전 교무부장 현모(52)씨가 항소심에서 딸들이 수년간 나눈 문자와 카카오톡 메시지를 재판부에 제출할 예정이다. 현씨 측에서는 정답을 미리 알고 있는 학생들이 나눈 대화라고는 추정할 수 없는 내용이라고 주장할 것으로 알려졌다.
15일 현씨 변호인에 따르면 쌍둥이 딸들은 지난해 하반기 자신들이 부정한 수법으로 성적을 올랐다는 소문이 돌자 “우리 반에서는 그런 얘기 없었는데 내가 문과반에 가서 군기 한 번 잡아야 겠네”라는 취지의 문자를 주고 받았다.
지난해 말 서울 강남지역 학부모가 주로 모이는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현씨 큰딸이 1학년 1학기 121등에서 2학년 1학기 1등으로 성적이 급등하자 이 같은 소문이 확산됐다.
또 이과생인 작은 딸은 “나는 하버드대 갈 사람인데 무슨 못난 소리냐”는 문자를 문과생인 언니에게 전달했다. 또 내신 시험 정답이 중간에 정정되자 서로 흥분해 문자메시지로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아울러 현씨 측 변호인에 따르면 큰딸은 시험을 열흘 앞두고 아버지에게 “저 이번 중간고사 잘 볼 것 같은데요”라는 문자를 보냈다. 작은 딸은 시험을 본 뒤 현씨에게 “영어는 100인데 생물은 ㄱ,ㄴ,ㄷ 고르는 문제에서 생각 잘못해서 하나 틀린 것 같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현씨 측은 딸들이 대화상 정답을 미리 알지 못하는 것으로 보이는 모습 등을 토대로 현씨가 시험 문제를 유출한 적 없다고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현씨는 지난 2017년부터 2018년까지 쌍둥이 딸이 다니는 학교 교무부장으로 재직하며 시험 답안을 유출해 학교 성적평가 업무를 방해한 혐의를 받는다. 앞서 1심은 현씨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3년6개월을 선고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