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강지환에게 성범죄 피해를 당한 여성들이 언론을 통해 “정신적 충격, 대중의 2차 가해, 소속 업체의 협박 등에 의해 괴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면서 악성 댓글과 근거 없는 추측을 자제해달라고 호소했다.
지난 9일 강지환의 경기 광주시 오포읍 자택에서 그에게 성폭행 당한 A씨와 성추행 피해를 입은 B씨는 사건 6일 만인 지난 15일 조선일보 디지털편집국과의 서면 인터뷰를 통해 그간의 심경을 털어놨다. 강지환의 촬영을 돕는 외주 스태프로 일하던 두 여성은 강지환의 집에서 함께 술을 마신 뒤 성범죄 피해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들은 이번 인터뷰에서 “강지환과는 지난 4월 일을 하면서 처음 만난 사이”라면서 “그날(사건 발생 당일)도 회사 소속 매니저 2명, 스타일리스트, 가해자 등 8명과 함께 했고, 강지환 집을 처음 방문한 것”이라고 밝혔다. 당시 술자리가 강지환과의 친분으로 만들어진 게 아니라 스태프들과의 단합대회 겸 피해자 중 1명의 송별회로, 피해자들에게는 업무의 연장선에 있는 자리였다는 것이다.
인터뷰에 따르면 피해자들은 ‘더 이야기 하다가 가라. 갈 때 콜택시를 불러 주겠다’는 강지환의 말에 자택에 남았다. 이들은 술에 취한 강지환을 3층 방에 데려다주고, 자신들은 강지환이 잘 곳으로 지정해준 2층 방에서 잠들었다. 그러다 오후 8~9시쯤 성범죄 피해를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느껴 잠에서 깼다는 설명이다.
피해자들은 “112에 신고하려고 했다. 그렇지만 (통화가) 연결되지 않았다. 지인들에게도 전화하려고 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면서 “계속된 시도 끝에 겨우 암호가 설정되지 않은 와이파이가 잡혔다. 그제야 우리 둘 모두 카카오톡과 보이스톡 등으로 지인에게 도움을 요청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실제로 피해 여성 한 명의 전화에는 강지환의 당시 소속사 관계자를 비롯한 지인들에게 13차례 통화를 시도한 발신 기록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강지환이 경찰 조사에서 ‘술에 취해 당시 상황이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한 데 대해서는 “범행 과정 중이나 범행 이후 강지환은 분명한 의식 상태에서 행동했다”며 “술이 깬 상태였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피해자들은 사건으로 인한 정신적 충격뿐만 아니라, 자신들을 ‘꽃뱀’으로 모는 일부 대중의 2차 가해와 합의를 종용하는 소속 업체 측의 협박으로도 괴로움을 겪고 있다고 호소했다. “성범죄로 인해 1차 피해를 당한 상태에서 강지환이 유명인이라는 이유로 (우리의) 직업 등이 본의 아니게 공개됐고, 네티즌들로부터 매도당하고 있다”면서 “악성댓글에 대해서는 추후 법적 대응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사건 당일 긴급체포돼 경찰 조사를 받던 강지환은 지난 12일 구속된 상태다. 그는 15일 법률대리인을 통해 “모든 혐의를 인정하며 저의 돌이킬 수 없는 잘못으로 크나큰 상처를 입으신 피해자분들께 진심으로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고 전했다. 소속사였던 화이브라더스코리아는 다음날인 16일 “강지환과의 신뢰가 무너졌다”며 그와의 전속계약을 해지하기로 했다고 알렸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