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KBO 올스타전은 시작 전부터 관계자와 팬들에게 우려를 안겼다. 5호 태풍 다나스가 몰고 온 비바람이 올스타전 개최지인 창원을 강타한 탓이다.
좀처럼 비가 그치지 않아 퓨처스리그(2군) 올스타전은 취소됐다. 20일 열릴 예정이었던 본 올스타전도 순연됐다. 다행히 비가 그쳐 다음날인 21일 행사가 치러졌지만 팬들이 일정을 변경하는 등 곤란한 상황이 연출됐다. 이 여파로 매진에도 실패했다.
이에 일부 팬들 사이에서 올스타전 개최지를 고척돔으로 고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올스타전이 열리는 7월 중순이 장마철인 만큼 날씨에 영향을 받지 않는 고척돔이 개최에 적합하다는 것이다. 몇몇 관계자와 선수들도 고척돔 고정 개최를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는 지역 팬 심(心)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편협한 주장이다. 올스타전은 전국 야구팬을 위한 축제다. 고척돔 고정 개최는 지역 야구팬들에게 큰 소외감을 가져다 줄 수 있다.
미국 메이저리그와 일본 NPB는 아직까지 올스타전 개최지 순환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팬 서비스 의식 결여 등 잡음이 끊이지 않는 현 리그 상황에서 고척돔 고정 개최 주장에 KBO가 힘을 실어준다면 팬들의 손가락질을 피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고청 개최가 오히려 올스타전을 향한 팬들의 관심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KBO는 과거 1986년부터 1996년까지 올스타전을 잠실에서 6회, 사직에서 6회 진행했다. 하지만 당시 서울과 부산 팬들은 금세 흥미를 잃었고 지방 팬들의 반감은 커졌다.
따지고 보면 우천 취소에 대한 우려도 기우에 불과하다. 올스타전이 열린 지난 38년간 행사 당일 비가 내려 순연·취소된 햇수는 2차례가 전부다. 어쩌다 한 번씩 내리는 비가 걱정돼 개최지를 고정하는 건 구더기가 무서워 장 못 담그는 격이 될 수 있다.
개최지를 놓고 왈가왈부하기보다 올스타전 구성, 이벤트 준비에 의견을 모으는 것이 옳다.
이번 올스타전에서 일부 선수들은 코스프레 복장 등을 선보이며 팬들에게 재미를 안겼다. 각 구단 선수들과 팬들이 한 팀을 이뤄 장애물을 통과하는 ‘슈퍼레이스’도 호평을 받았다. 선수들과 사무국의 노력을 통해 올스타전에 대한 기존 인식을 바꾸는 데 성공했다.
개최 시기를 조정하는 방안은 고려해 볼 만 하다. 장마가 한창인 시기를 피하면 곤란한 상황이 발생할 여지가 적다. 개최 시기 조정에 대해선 KBO도 긍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대찬 기자 mdc05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