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의 부실 수사 의혹과 비위가 잇따르며 검경 수사권 조정 논의에 회의적인 여론이 일고 있다.
경남 밀양에서 발생한 신생아 유기 사건에서 경찰의 허술한 대응이 도마 위에 올랐다. 경찰이 허위자백에만 의존, 검거한 여성의 출산 여부나 산모 병원 검진 여부 등 기본적인 수사과정 조차 생략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경남지방경찰청은 22일 “영아 유기 혐의로 검거된 A씨 유전자 감식 결과 친모가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11일 밀양 시내 한 주택 창고에서는 탯줄이 달린 신생아가 발견됐다. 경찰은 탐문 수사 등을 통해 40대 여성 A씨를 영아유기 혐의로 지난 13일 검거했다. 경찰은 “친모 자백을 끌어냈다”고 언론에 알렸다.
그러나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식 결과 A씨가 친모가 아닌 사실이 밝혀지며 사건은 미궁 속에 빠졌다. A씨는 우울증 전력이 있어 히스테리성 성격 장애로 허위진술을 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전남편을 잔인하게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 유기한 혐의를 받는 고유정(36·여) 사건에서도 제주 경찰의 수사 부실이 드러났다. 경찰은 고씨 사건에 대해 자체 조사 결과, 현장 보존과 압수수색이 미흡했다는 점검 결과를 내놓았다. 부실 수사를 사실상 인정한 셈이다. 지난 21일 이연욱 강력계장을 팀장으로 하는 진상조사팀은 진상조사 보고서를 통해 ▲범행 장소인 펜션 현장 보존 미흡 ▲충북 청주에 있는 고씨 주거지 압수수색 당시 졸피뎀 약 봉지 등 관련 증거물을 확보하지 않은 점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경찰은 수사 초반 용의자 추적 핵심 단서인 현장 주변 CCTV를 확보하지 못했다. 결국 유가족이 CCTV를 찾아 경찰에 넘겨줬다. 또 펜션 주인에게 사건 현장 내부 청소를 허락해 비판을 받았다. 이뿐만 아니다. 경찰은 고씨가 제주시 조천읍 펜션 인근에서 시신 일부를 담은 것으로 추정되는 종량제 봉투를 버린 사실을 뒤늦게 인정해 유족들의 지탄을 받았다.
‘버닝썬-경찰 유착 의혹’에 이어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경찰의 비위 사실도 잇따라 적발됐다. 지난 19일 면허증을 발급받으러 온 민원인에게 개인정보를 이용해 “연락하고 싶다”는 메시지를 보낸 경찰관이 온라인상에서 논란이 됐다. 전북 고창경찰서는 해당 경찰관에 대해 부서이동과 징계절차를 밟겠다고 밝혔다.
지난달에는 서울 강남경찰서 소속 남성 경찰관이 여성 피의자를 성폭행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강남경찰서 소속 교통조사계 소속 경장이 자신이 담당한 교통사고의 가해 차량 여성 운전자를 강간했다는 민원이 접수되면서다. 그러나 경장은 서로 합의하고 관계를 맺었다고 주장해 양측 입장이 엇갈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검찰과 수사권 조정을 앞두고 경찰에 대한 회의적 여론이 일고 있다. 경찰 부실 수사 보도에는 “이게 우리나라 경찰 현주소다. 수사권 독립은 꿈도 꾸지 마라” “수사권 조정은 없던 일로 해야 한다” “무능력하고 비리로 얼룩진 대한민국 경찰은 믿을 수 없다”는 댓글이 달렸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문재인 정부가 추진 중인 검경 수사권 조정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 “비리가 일상화된 경찰에게 수사권을 주면 안 된다”는 청원글이 올라온 상태다.
경찰도 이같은 여론을 의식해 지난달 24일부터 4주간 특별감찰을 진행하고 있다. 경찰청과 지방청 감찰관 58명이 투입됐다. 내부 기강을 다잡는다는 의도이지만 여론을 되돌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은 기본적으로 정부의 수사권 조정안에 동의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다만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가 여야 갈등으로 공전하며 논의에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