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와 중국 군용기의 한국 영공 및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카디즈) 침범이 의도를 가진 전략적 행동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과 러시아 폭격기는 23일 오전 우리 영공을 침범했다. 타국 군용기의 우리 영공 침범은 이번이 처음이다. 합동참모본부는 같은날 “오전 6시44분부터 중국 군용기 2대를 시작으로 러시아 군용기 3대 등 총 5대의 군용기가 카디즈를 침범했고 이 가운데 러시아 군용기 1대는 오전 9시9분 독도 영공에 침범했다”고 밝혔다.
군은 러시아 군용기를 향해 360여 발의 경고사격을 했다. 외교부와 국방부는 주한 중국 및 러시아 대사관 관계자를 초치해 엄중 항의했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우리 정부가 이 사태를 매우 엄중하게 보고 있다고 러시아 측에 경고했다고 전했다.
이번 러시아와 중국 군용기의 한국 영공 침범을 두고 철저히 계산된 전략이라는 목소리가 잇따른다. 24일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미8군 사령관 출신 버나드 샴포 예비역 중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중국과 러시아가 동북아시아 존재감을 과시하는 동시에 최근 삐걱대는 한일 공조를 시험해본 것 같다”는 발언을 전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워싱턴포스트(WP)는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러시아 군용기가 경고사격 이후 다시 돌아왔다는 것이 이상하다"며 "한국 영공에 도전하고 대응의 범위를 시험해보려는 고의적 시도일 수 있다"는 해석에 무게를 실었다.
전날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연구위원은 CBS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 출연해 중러가 합동훈련을 하면서 한일의 방공식별구역을 의도적으로 침범, 대응을 떠봤다고 봤다. 조 연구위원은 “실제로 대응태세를 통해서 레이더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이런 탐지 능력을 알아낼 수 있다”면서 “러시아가 최근 한일 갈등을 이용해 일본이 주장하는 독도에 들어옴으로써 한국과 일본을 떠보는 의도도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또 미국 언론들은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방한하는 시점에 맞춰 군용기를 띄운 점에도 주목하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전날 “볼턴 보좌관이 지역 동맹국을 방문하고 있는 와중에 갈등이 발생했다”면서 “전날 일 방문을 끝내고 23일 서울에서 협의가 예정돼 있었다”고 지적했다.
독도의 분쟁 지역화를 막아야 한다며 해결책을 촉구하는 의견도 제시됐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김종대 정의당 의원은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동해에서 만인 대 만인의 투쟁, 누가 적이고 아군인지 뒤엉켜버리는 아주 위험한 지정학적 장면이 연출됐다"고 말했다. 미국이 '중러 영공침범에 대한 한일대응을 강력 지지한다'고 밝힌 것을 두고는 "독도 문제에 대해 미국도 혼란과 딜레마에 빠져있는 게 아닌가 생각든다"면서 "독도를 두고 서로 자기 영토라고 주장하는데 미국이 한일입장을 지지한다는 건 갈등을 지지한다는 해석이(가능하다)"고 발언했다. 이어 "분쟁 지역화를 막기 위해 다자간 안보 협의체를 구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