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실무협상 재개가 난항을 겪는 가운데 북한이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했다.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이 25일 오전 5시34분과 5시57분 원산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단거리 미사일 두 발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합참은 “사정거리는 약 430km이고 고도는 50여km로 잠정 평가된다”면서 “발사체 세부사항에 대해서는 한미 당국이 분석 중이다. 현재 우리 군은 추가 발사에 대비해 관련 동향을 감시하며 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대미 압박을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위원은 25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북미가 실무협상 조건을 놓고 힘겨루기를 하고 있는데 전반적 이슈가 한일 갈등, 또 중국과 러시아 군용기의 영공 침범으로 전환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이어 “북미협상에서 기선을 잡으려 하는데 의지가 부각되지 않다 보니 북한이 자기 존재감을 드러내려고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조 자문위원은 북한이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남한이 제대로 역할을 못 했다는 점에 불만을 표시하는 측면도 있다고 봤다. 통일부는 전날 “북한이 세계식량계획(WFP)와의 실무협의 과정에서 한미 연합훈련을 이유로 남측 쌀 5만t에 대한 수령 거부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전달받았다”고 밝혔다. 또 북측은 한국인 2명이 탄 러시아 어선을 억류, 조사하고 있으나 우리 정부 송환 요청에 일주일째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북한의 이 같은 움직임이 협상 재개 거부 의사인지 혹은 협상 전략인지는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또 미국 당국자 발언을 인용해 “북한 미사일 발사 중단을 자신의 외교적 성과로 자부해 온 트럼프 대통령 인내심을 시험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북미 실무협상 이전에 이뤄질 것으로 기대됐던 북미 고위급회담도 무산됐다. 북한 리용호 외무상은 내달 2일 태국 방콕에서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회담에 참여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리 외무상의 불참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북한 외무상이 ARF에 참석하지 않은 것은 지난 2003년 이후 최초다.
지난달 3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판문점에서 만나 2~3주 내에 북미 실무협상 재개를 하자고 합의했다. 미국은 북측에 재차 개최 의사를 밝혔으나 북한은 침묵을 지켜왔다. 이를 두고 북한이 비핵화 최종 목표와 로드맵 제시에 대한 수용 여부를 고민하고 있는 것 같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다만 북한의 이번 도발이 북미 실무협상의 장애물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의 단거리미사일 발사는 2가지 의도가 있다. 하나는 한미군사훈련에 대한 항의이고 또 다른 하나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미 실무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서라는 메시지”라면서 “표면적으로는 도발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미국을 상대로) 대화에 좀 더 참여하라고 촉구하는 의미가 더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북미 실무협상에 악영향을 끼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