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럽 붕괴’ 춤 허용업소 단속 손 놓은 지자체…광주뿐일까

기사승인 2019-07-29 15:52:37

전국에 있는 ‘춤 허용 일반음식점’에 대한 지방자치단체 관리감독이 부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7일 오전 2시44분 광주광역시 C클럽에서 복층 구조물이 붕괴되며 2명이 숨지고 25명이 다쳤다. 당시 클럽 내부에는 300여명이 넘는 인원이 입장해 있었다. 경찰은 불법 증축을 원인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 클럽은 영업 신고를 한 복층 면적 118㎡보다 77㎡를 무단 증축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손님들이 과도하게 몰리며 구조물이 이를 견디지 못하고 무너진 것으로 보고 있다.

C클럽에서 사고가 발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C클럽은 지난 2015년 개점 초기부터 손님이 춤을 출 수 있도록 변칙 영업을 하다 적발됐다. 영업정지와 과징금 행정처분을 받았다. 지난해 6월에는 복층 구조물 바닥에 설치한 강화유리 일부가 파손돼 손님이 1층으로 떨어지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당시 벌금은 200만원이 전부였다. 그러나 C클럽은 지난 2017년 춤 허용 일반음식점으로 지정된 이래 버닝썬 사태 때 일제 단속 외에는 한번도 점검 대상이 되지 않았다.

춤 허용 일반음식점은 손님들이 별도의 춤을 추는 공간이 아닌 ‘객석’에서만 춤을 춘다는 조건 하에 클럽이 유흥업소가 아닌 일반음식점으로 신고하고 운영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일반음식점은 요금의 10%만 부가가치세로 납부하면 되지만 유흥주점은 개별소비세 10%에 교육세 3%를 추가 부담해야 한다. 업소들을 상대로 세제 혜택을 준 셈이다.

광주 서구처럼 ‘객석에서 춤을 추는 행위가 허용되는 일반음식점의 운영에 관한 조례’를 제정한 지자체는 광주 북구, 울산 중구, 부산 진구, 서울 광진구·마포구·서대문구까지 전국 모두 7곳이다. 마포구에만 춤 허용 일반음식점이 43곳으로 가장 많다.

지자체는 단속과 안전점검에 안이했다. 해당 조례를 시행 중인 지자체의 구청 관계자들은 지난 3월 버닝썬 사태가 터졌던 당시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정기점검을 따로 실시하고 있지는 않다”고 답했다. “민원이 들어오거나 (춤 허용 일반음식점이) 논란이 되면 그때그때 단속을 나간다”는 대답도 나왔다. 어쩌다 실시하는 단속 마저 업주와 시간을 조율해 실효성이 떨어져 보였다.

관리감독이 허술한 틈을 타 춤 허용 일반음식점들은 버젓이 조례를 위반한 채 운영해왔다. 서울 마포구 홍대 인근에 위치한 클럽 ‘러브시그널’이 대표적이다. 빅뱅 전 멤버 승리가 운영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소유주는 양현석 형제로 밝혀진 클럽이다. 양현석, 양민석 형제가 지분 100%를 소유한 주식회사 ‘씨디엔에이’는 러브시그널뿐 아니라 클럽 ‘가비아’ , ‘삼거리포차’, ‘문나이트’도 운영하고 있다. 쿠키뉴스 취재 결과 이들 클럽 역시 무대를 따로 설치하는 등 객석에서만 춤을 춰야 한다는 조례를 어긴 채 영업해 온 사실이 드러났다. 국세청은 지난 3월 개별소비세 탈루 혐의로 러브시그널, 씨디엔에이를 상대로 세무조사를 벌이고 있다.

조례에도 허점이 있다. 지자체의 지도점검을 의무가 아니라 권고 수준으로만 적시했기 때문이다. ‘춤을 추는 행위가 허용되는 일반음식점의 운영에 관한 조례’ 제 9조에는 ‘구청장은 식품 등의 위해 방지, 위생관리와 영업 질서 유지를 위하여 춤 허용업소에 대하여 연 2회 이상 지도점검을 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영주 서울시립대학교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지자체에서 지역경제 활성화 명목으로 감성주점을 상대로 유흥업소가 아닌 일반음식점으로 등록해 운영할 수 있게 규제를 완화했다”면서 “다만 그 과정에서 안전에 대한 고려는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클럽은 화재에 취약한 시설 중 하나이기 때문에 안전을 강화할 필요성이 있다”면서 “지자체 차원에서 조례에 안전과 관련한 요건을 강화하고 단속을 의무적으로 할 수 있도록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