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가 고시한 ‘2020년 적용 최저임금’(시간당 8590원)을 두고 경영계와 노동계의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이하 경총)은 고시안 자체는 수용하는 입장이라면서도 최저임금액, 월환산액 병기, 동일 최저임금 적용에 대해선 근본적으로 이의가 있다고 밝혔다. 반면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이하 한국노총)은 결정 과정에 위법이 있었다며 재심의 자체를 요구한 상태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지난 12일 내년도 최저임금안을 의결했고 노동부는 19일 이를 고시했다. 이때부터 10일간 주요 노사 단체의 이의 제기가 가능하다. 노동부는 이의 제기에 대한 이유가 타당하고 인정되면 최저임금위원회에 재심의를 요청할 수 있다. 노동부는 지난 29일 오후 6시, 최저임금안에 대한 이의 제기 접수를 마감했다. 한국노총 한 곳만 재심의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총은 지난 29일 '2020년 적용 최저임금' 이의제기와 관련해 "고용노동부의 최저임금 고시안 중 최저임금액, 월환산액 병기, 동일 최저임금 적용에 대해서는 근본적으로 이의가 있다"라면서도 "최저임금위원회에서 논의되고 결정되는 과정에서 사용자위원 의견도 감안된 점을 고려해 고시안 자체는 수용하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30여 년전에 만들어진 현 최저임금제도가 최저임금 수준이 낮았을 때는 제도의 불합리성이 크게 문제시되지 않았으나, 기업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급격히 인상되고 상대적 수준도 중위임금 대비 60%를 넘어선 지금은 제도적 문제점이 크게 부각되고 있다"고 꼬집은 뒤 "2021년 적용 최저임금부터는 반드시 선 제도개선 후 논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제도개선전문위원회의 설치가 빠른 시간에 이뤄져야 한다고 피력했다. 경총은 "제도개선 전문위원회를 설치해 제도개선 사항을 다뤄나가도록 정부차원에서도 보장해 줘야 할 것"이라면서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과 공익위원들은 책임의식을 가지고 제도개선 추진 약속을 이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한국노총은 최저임금위원회가 의결한 내년도 최저임금안에 대해 공식적으로 이의를 제기하며 재심의를 요구했다. 한국노총은 이의 제기서를 통해 "(2020년 적용 최저임금은) 절차상 위법성을 지니고 있는 동시에, 내용적으로도 최저임금 결정 기준에 전혀 부합하지 않다"라면서 "2020년 적용 최저임금은 전면 재심의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최저임금법 제4조에서 '최저임금은 근로자의 생계비, 유사 근로자의 임금, 노동 생산성 및 소득 분배율 등을 고려해 정한다'고 정하고 있으나 2020년 적용 최저임금 결정 과정에서 본 규정을 적용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박준식 최저임금위원장이 언론 인터뷰를 통해 경제 상황과 국민 여론 등을 고려했다고 밝힌 데 대해선 "이는 최저임금법에서 규정하는 결정 기준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한국노총은 "실질임금 수준이 하락하지 않기 위해서는 임금 인상률이 거시경제지표보다 높아야 한다"며 "올해 경제성장률은 최근 한국은행이 수정한 전망치를 사용하더라도 2.5%, 물가 상승률은 1.1%로, 거시경제지표의 합은 3.6%"라고 강조했다. 이어 "(내년도 최저임금안의 인상률인) 2.87%는 경제 상황을 직접 보여주는 거시경제지표와 최저임금의 상관관계로 설명이 되지 않고, 실질 최저임금은 마이너스가 돼 최저임금 삭감"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한국노총이 이의 제기를 했지만, 노동부가 이를 받아들여 재심의를 요청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최저임금제도를 시행한 1988년 이후, 노사 양측이 최저임금안에 대해 이의 제기를 한 적은 많아도 재심의를 진행한 적은 한 번도 없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재심의 무용론’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는 상태다. 고용부는 한국노총의 재심의 요구에 대해 이번 주 중으로 답변을 회신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전진 기자 ist1076@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