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연달아 미사일을 발사했지만 미국 측은 발언 수위를 조절하고 있다. 북한 문제에서 성과를 내 재선을 노리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미국 행정부는 31일 북한이 발사한 발사체를 두고 “미국 정부는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 사실을 인지하고 있으며 상황을 지켜볼 것”이라고 밝혔다. 또 미국 정부 관계자는 “북한 발사체가 단거리 탄도미사일 2발로 평가된다”며 “북한 미사일은 미국이나 동맹 국가에 위협이 되지 않고 해상에 떨어졌다”고 전했다.
지난 25일 북한이 단거리 탄도 미사일을 발사했을 때와 비슷한 분위기다. 북한은 지난 25일 호도반도 일대에서 신형 단거리 탄도미사일 ‘KN-23’ 2발을 발사했다. 당시 두 발 모두 고도 50km까지 올라갔으며 600km를 비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미국에 대한 경고 의미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며 “전혀 언짢지 않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또 미국 재무부는 26일 베트남에서 활동하던 북한 조선노동당 산하 군수공업부 인사 1명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 이를 두고 북한 탄도미사일 발사에 따른 제재가 필요하지만 북미실무협상을 원하는 미국의 정책적 판단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개인 1인에 대한 제재 수준으로 ‘수위 조절’을 했다는 해석이다.
미국은 연일 북한을 향해 유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지난 29일(현지시간) 태국 방콕에서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일정을 거론하며 북한과의 실무협상 재개를 곧 희망한다고 재차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북 성과를 스스로 최대 외교 치적으로 꼽아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 관계가 전쟁으로 치닫던 오바마 시절과 비교하면 훨씬 다르다”며 이전 정부와 차별성을 부각해왔다. 지난 2월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 후 회의론이 제기됐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월30일 ‘판문점 회동’으로 미국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판문점에서 김 국무위원장과 만나며 전세계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았다.
그러나 보수 유권자 가운데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정책이 불만족스럽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지지율 조사에서 부진하고 있다. 미국 보수 언론인 폭스뉴스가 지난 21일부터 23일까지 전국 유권자 1004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조 바이든 전 부통령에게 49%대 39%로 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7일부터 22일까지 오하이오주 유권자 1400여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도 42%대 50%로 바이든 전 부통령에게 뒤처졌다. 오하이오주는 지난 2016년 대선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승리했던 곳이다.
그보다 앞선 지난 7~9일 미 NBC방송과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등록유권자 8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민주당 유력 대선 후보 4명에게 모두 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 대통령이 잇따라 인종차별 발언을 일삼는 배경에도 초조한 심경이 반영됐다는 해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7일 흑인 거주자 비율이 높은 볼티모어를 향해 “쥐가 들끓는 난장판”이라고 비난한 데 이어 이날도 “볼티모어 사람들은 지옥에서 살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유진 로빈슨 워싱턴포스트(WP) 칼럼니스트는 29일자 칼럼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인종차별적 발언을 확성기에 대고 하기 시작했다”면서 “마치 (2020년) 대선에서 패배할 것을 아는 것처럼 행동한다”고 분석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