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양천구 목동 빗물펌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를 두고 인재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목동 빗물펌프장에서 실종됐던 2명이 1일 끝내 시신으로 발견됐다. 소방당국과 양천구청은 이날 오전 5시43분과 47분 배수시설에서 시신 2구를 발견했다. 양천 소방서는 “구조요원 투입지역부터 200m 떨어진 지점에서 실종자 2명을 발견했다”며 “발견 당시 의식과 호흡이 없었고 이대목동병원으로 이송됐다”고 밝혔다. 이들은 실종됐던 시공사 직원 안모(30)씨와 20대 미얀마 국적 협력업체 직원으로 확인됐다. 협력업체 소속 인부 구모(65)씨는 전날 오전 10시쯤 발견돼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오전 11시2분 사망했다.
지난 31일 오전 7시10분 구모씨 등 협력업체 직원 2명이 시설점검을 위해 펌프장 빗물저류시설 터널로 내려갔다. 시설 점검은 매일 아침 한 번씩 일상적으로 진행됐고 통상 30~40분 시간이 소요된 것으로 알려졌다.
인부들이 투입된 시점만 해도 현장에 비가 오지 않았다. 그러나 20분 뒤인 7시30분을 기해 서울에 호우주의보가 발령되는 등 많은 비가 쏟아졌다. 빗물펌프장 시설은 지상에서 빗물을 모으는 저류조 수위가 일정 수준을 넘으면 자동으로 수문이 열려 지하 터널로 빗물을 흘려보내는 구조다. 수로는 직경 10m, 길이 3.6㎞ 규모로 완만하게 기울어진 지하 터널 형태다. 이에 배수터널 초입부분과 중간부분에 연결된 수문 2개가 열리면서 들이닥친 빗물이 인부들을 덮쳤다.
사고 발생 당일, 빗물이 50% 이상 차면 자동으로 수문이 열리게 설정돼있었지만 인부들은 이 사실을 미처 알지 못했다. 설계상에 따르면 각 수문은 빗물이 70% 이상 차면 자동으로 열리는 구조다. 그러나 시범 운행 기간 동안 배수시설 작동 점검을 위해 50~60%로 하향 조정했다는 게 서울도시기반시설본부 설명이다. 시공사인 현대건설 측은 “아마도 작업을 하러 들어간 분들은 70%가 되면 개폐되는 것으로 알고 들어갔을 가능성이 크다”는 입장이다.
터널에 들어간 직원들에게 수문이 개방되는 사실을 알릴 수 있는 방법은 전무했다. 이에 시공사 직원은 위험하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직접 터널 내부로 내려갔다가 결국 변을 당했다. 터널 내부에는 위급 상황을 대비한 구명조끼, 튜브 등이 마련되있지 않았다.
사고 과정에서 시공사와 양천구청 간 소통 부재가 참사를 초래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빗물펌프장을 관할하는 양천구청 측은 오전 7시38분 현대건설 쪽에 전화를 걸어 수문이 열리는 임계 수위에 도달했다고 전달했다. 그러나 양천구청은 터널 내부에 인부가 있다는 사실 자체를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시공사 측 역시 양천구청에 ‘터널 내에 직원이 있으니 수문을 열지 말아달라’고 이야기 하지 않았다.
수문개방 제어권을 누가 가지고 있느냐를 두고서도 양측은 서로 책임을 미루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시공사는 ‘수문개방 제어권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양천구청 측은 ‘공사 진행 중에는 서울시, 양천구, 시공사가 합동으로 시설을 운영하게 돼있다’는 입장이다.
경찰은 15명의 수사전담수사팀을 구성해 공사 관련자 진술과 사고 당시 CCTV영상, 공사 관계 서류, 국립과학수사원 합동감식 등을 토대로 정확한 사고 원인을 규명할 계획이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