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리스트 제외, ‘지소미아 파기’ 꺼내드나…“한미일 공조” 신중론도

화이트리스트 제외, ‘지소미아 파기’ 꺼내드나…“한미일 공조” 신중론도

기사승인 2019-08-03 06:00:00

일본이 ‘화이트리스트’(수출절차 간소화 국가)에서 한국을 제외하면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파기 가능성이 거론된다. 다만 한미일 공조라는 상징성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일본 정부는 2일 아베 신조 총리 주재로 각의(국무회의)를 열고 한국을 화이트리스트 명단에서 제외하는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내주 중 공포가 이뤄지면 시행 시점은 이달 하순이 유력하다.   

이에 따라 지소미아 연장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북한의 핵·미사일 시험 발사가 한창이던 지난 2016년 체결된 지소미아는 한-일 양국이 군사 분야에서 맺은 첫 협정이다. 한미일 3각 안보 체제를 구축해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의 일환이다. 1년마다 유효기간을 연장할 수 있는데 90일 전에 어느쪽이라도 먼저 연장이 필요없다고 통보하면 효력이 없어지게 돼있다. 오는 24일이 기한 만료일이다.

우리 정부는 이미 일본 측에 화이트리스트 제외 시, 지소미아 파기를 검토하겠다고 경고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1일 태국 방콕 센터라 그랜드 호텔에서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강 장관은 “화이트리스트 배제 개정안 각의 결정이 나온다면 우리로서도 필요한 대응책을 강구할 수 밖에 없다”면서 지소미아 연장 재검토가 불가피하다는 강경한 입장을 전달했다.

일본은 지소미아 연장에 찬성한 상태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 장관은 지난달 29일 정례브리핑을 통해 “지소미아가 안보 분야 협력과 연대를 강화해 지역 평화와 안정에 기여해왔다”면서 연장을 희망한다고 했다.

미국 역시 지소미아 연장을 촉구하는 상황이다.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으로 시작한 만큼 협정 연장 여부가 미국의 관심사일 수밖에 없다. 지난 2016년 처음으로 맺을 당시에도 박근혜 정부는 미국의 강력한 권고로 지소미아를 체결했다. 때문에 지소미아 폐기 카드를 청와대가 꺼내들게 되면 미국은 결국 한미일 공조 강화 전략 차원에서 미국이 별 도리 없이 중재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해석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의 입장은 강경하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이날 “지난 회의 때 지소미아 폐기는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고 말씀드렸는데 오늘 일본 정부 발표를 보니 실망을 금할 수 없다”며 “양국 정부가 이렇게 신뢰 없는 관계를 가지는 상황에서 지소미아가 과연 의미 있나 하는 고민이 든다”고 말했다. 또 민주당 일본경제침략대책특별위원회 최재성 위원장은 지난달 20일 기자회견을 통해 “일본이 화이트리스트에서 우리나라를 배제하면 지소미아 연장에 동의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다만 정치권 내 지소미아 파기에 대한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군사적 영향보다는 한미일 공조라는 상징성 때문이다. 서훈 국가정보원 원장은 1일 지소미아 파기에 대해 “신중해야 한다”며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내용상 실익도 중요하고 상징적 의미도 중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31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사집중’에 출연해 “(지소미아는) 별 실효성은 없지만 미국이 이것을 엄청나게 요청하고 한미일 협력 상징으로 쓰고 있다”며 “우리가 굳이 한미간 갈등을 일으킬 필요는 없다”고 발언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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