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상 세울 때마다…일본, 독일에 “철거하라” 압박

소녀상 세울 때마다…일본, 독일에 “철거하라” 압박

소녀상 세울 때마다…일본, 독일에 “철거하라” 압박

기사승인 2019-08-04 10:04:21

일본이 독일의 한 기념관에 상설 전시된 ‘평화의 소녀상’도 기념관 측을 압박해 철거하도록 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철거된 소녀상은 10㎝도 안 되는 작은 크기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4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독일에서 활동하는 한국 관련 시민단체인 코리아페어반트(Korea Verband)의 한정화 대표는 2017년 초 베를린 북부 브란덴부르크주의 소도시 라벤스브뤼크의 옛 나치 강제수용소 기념관(Ravensbruck Memorial)에 ‘작은 소녀상’을 선물했다.

기념관 측은 의미가 깊은 선물이라며 같은 해 4월부터 여러 작품과 기념품을 모아 놓은 기념관 입구에 작은 소녀상을 전시했다.

기념관 방문객들이 쉽게 볼 수 있는 위치였다. 당시 위안부 피해자인 길원옥 할머니는 기념관을 찾아 작은 소녀상과 기념 촬영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일본대사관 측은 소녀상 전시 사실을 알게 된 뒤 지난해 1월께 브란덴부르크주 당국과 기념관을 상대로 항의하며 전시물에서 제외해달라고 요구했다.

기념관 측은 일본대사관의 요구에 당혹스러워하며 대사관 관계자를 불러 이유를 묻기도 했다. 결국 일본 측의 전방위적이고 집요한 압박으로 작은 소녀상은 전시 작품에서 제외됐다.

독일에서 소녀상 전시 등과 관련한 일본의 방해는 이후에도 계속되고 있다.

베를린의 여성 예술가 전시관 게독(GEDOK)이 지난 2일 시작한 ‘토이스 아 어스’(TOYS ARE US) 전시회에 소녀상이 출품되자, 주독 일본대사관은 게독 측에 공문을 보내 항의했다고 연합뉴스는 보도했다.

“일본과 한국 정부가 위안부에 대해 2015년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인 합의를 했다”면서 “이후 들어선 문재인 정부가 화해·치유 재단을 해산한 것은 2015년 양국 합의의 관점에서 전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내용의 공문이었다고 한다.

전시된 소녀상은 일본 최대 국제예술제인 ‘아이치 트리엔날레’에 출품된 소녀상과 같이 김운성-김서경 작가의 작품이다.

이 소녀상은 지난 6월 도르트문트에서 열린 ‘독일 교회의 날’ 기념 전시회에도 전시됐다. 당시에도 일본 뒤셀도르프 총영사관이 전시관 측에 연락해 철거를 요청했다고 전해졌다.

이 외에 2017년 독일 비젠트의 한 공원에 세워진 소녀상에 대해서도 일본 측은 철거를 요구했다. 2016년에는 수원시가 자매결연을 한 독일 프라이부르크에 소녀상을 설치하려고 했지만, 일본 측의 항의로 무산된 일도 있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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