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최대 규모의 예술제인 ‘아이치 트리엔날레 2019’에서 외부압력으로 ‘평화의 소녀상’이 포함된 ‘표현의 부자유전(展)·그 후’를 전시 3일 만에 중단한 뒤 후폭풍이 거세다.
7일 아사히 신문은 아이치현이 이번 기획전과 관련해 팩스로 협박문이 전달됐다며 이를 경찰에 무력에 의한 업무방해 혐의로 피해 신고서를 제출했다고 보도했다.
도쿄신문은 이날 사설을 통해 “표현의 부자유를 상징하는 무서운 사태”라고 규정했다. 또 “예술가나 미술관의 관계자는 결코 위축돼서는 안 된다”며 “정치와 행정의 책임자는 다양한 의견과 표현을 존중하고 폭력적 행위를 경계하는 입장에 있다”고 지적했다.
아이치 트리엔날레 참여 예술가 72명은 정치개입에 항의한다는 내용의 공동 성명을 6일 발표했다. 이들은 "일부 정치가에 의한 전시나 상영·공연에 대한 폭력적 개입, 폐쇄라는 긴급 대응으로 몰아넣은 협박과 공갈에 대해, 우리들은 강력히 반대하며 항의한다"고 규탄했다. 이어 작가들은 “사람들에게 열린 공공의 장이어야 할 전시장 전시가 폐쇄된 것은 작품을 볼 기회를 빼앗아 활발한 논의를 막는 것”이라며 “작품을 보는 다양한 감상 방식을 잃어버리게 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일본만화가협회도 나섰다. 만화가협회 사무국 측은 같은날 성명문을 통해 “폭력행위 예고로 인해전시물이 철거된 사태가 있었고 이에 대해 큰 안타까움을 느낀다”면서 “전시물에 대한 다양한 의견과 감상이 오가는 것은 표현의 자유가 지켜지는 다양성을 나타내는 것이다. 정치적 압력으로 들릴 수 있는 몇몇 발언에 대해서도 진심으로 우려를 표한다”고 했다.
아이치 트리엔날레 기획전 실행위원들 역시 같은날 전시 재개를 요구하는 한편 전시를 중단한 구체적 이유와 경위 등을 오는 10일까지 문서로 답변할 것을 오무라 히데아키 아이치현 지사에게 촉구했다.
지난 5일에는 예술제 실행위원회 회장인 오무라 히데아키 아이치현 지사가 “표현의 자유를 지키지 않는 것은 헌법 21조를 위반할 소지가 농후하다”며 전시 중단을 요청한 가와무라 다카시 나고야시 시장을 비판했다.
이뿐만 아니다. 해외 예술인들 사이에서는 소녀상과 같은 모습의 사진을 SNS에 올리며 전시 중단 결정에 항의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두 손을 가지런히 모은 채 의자에 앉고 옆에 빈 의자를 놓은 것도 원작품을 그대로 따른 것이다.
앞서 가와무라 시장은 지난 2일 트리엔날레에 전시된 소녀상이 “일본 국민의 마음을 밟아 뭉개는 것”이라면서 전시 중단을 요구하는 항의문을 오무라 지사에게 보냈다. “위안부 문제가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있다”며 망언도 했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예술제 보조금을 언급하며 소녀상 전시 중단을 압박했다. 결국 아이치 트리엔날레 주최 측은 지난 4일 평화의 소녀상이 출품된 '표현의 부자유전·그 후'라는 제목의 전시코너 전체를 폐쇄시켜 논란에 휩싸였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