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경제 도발로 촉발된 ‘일본 불매운동’이 식지 않고 더욱 고조되고 있다.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靖國) 신사참배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어 광복절을 기점으로 ‘범국민 운동’으로 규모가 훨씬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일본 제품의 매출은 반토막이 났고 관련 기업들은 초긴장 상태다. 김정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관세청의 ‘일본 맥주 수입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일본 맥주 수입액은 434만2000달러로 전월(790만4000달러) 대비 45%나 줄어들었다. 일본 맥주 수입액은 일본의 무역보복 조치 이전까지 상승세를 그리다 7월부터 하락했다.
여름철은 그동안 맥주 성수기로 아사히 등 일본 맥주가 강세를 보였던 기간이다. 하지만 올해는 불매운동으로 소비가 ‘뚝’ 끊긴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대형마트, 편의점 등은 관련한 할인 프로모션들을 모두 취소했고 이에 따라 수입업체는 발주마저 중단한 바 있다. 국내 수입 맥주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던 아사히는 칭따오에게 자리를 내주고 추락 중이다.
일본행 여행객도 빠르게 줄고 있다. 신규 예약 감소뿐 아니라 취소도 잇따르고 있다. 하나투어와 모두투어의 일본 여행상품 매출은 70%가량 떨어졌다. 여행전문 리서치기관 컨슈머인사이트에 따르면, 경제보복 조치 이후 소비자들의 일본 여행 관심도는 매주 평균 14%씩 감소해 7월 4주차에 '일본 여행에 관심이 적어졌다'는 응답은 무려 75%에 육박했다.
이뿐만 아니다. 의병운동을 하듯 일본 불매운동이 확산하자 의류, 화장품, 가전, 자동차, 의약품 분야까지 일본 제품들은 줄줄이 매출 감소를 겪고 있다. 업계는 현 일본 불매운동은 과거의 독도 영유권 분쟁, 역사 교과서 문제 등 한일갈등이 있었던 당시와 차원이 다르다고 분석한다. 국민 개개인이 분개감을 느껴 이를 주도하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최근에는 단순 불매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원재료와 바코드까지 파헤치는 등 그 방법도 정교해지며 진화 중이다. 현재 SNS상에서는 ‘일본산 원재료를 사용한 국내 식품기업의 명단’, ‘바코드로 일본 제품을 확인하는 법’ 등이 활발하게 공유되고 있다. 현재 일본 상품의 대체 상품을 알려주는 ’노노재팬’ 사이트의 누적 방문자는 280만명을 돌파한 상태다.
정치권과 시민단체들도 잇따라 동조 의사를 밝히며 불매운동에 힘을 보태고 있다. 이들은 ‘일본 불매운동을 끝까지 이어 나갈 것을 결의한다’고 선언하며 오는 광복절 다양한 집회와 행사를 예고하고 있다. 이에 불매운동은 광복절의 국민정서와 맞불려 전례 없던 국민운동으로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올해는 3.1 운동이 100주년을 맞은 해이기도 하다.
여기에 아베 총리가 15일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감행하기라도 할 경우 국내의 반일 감정은 극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베 총리는 2013년 12월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해 큰 논란을 불러왔던 전례가 있다. 극우 성향의 일본 산케이신문은 지난달 8일 아베 신조 총리가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재개해야 한다는 노골적인 주장을 지면에 실기도 했다.
한 대형 유통업계 관계자는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폐기까지 거론되고 있는 만큼, 양국 갈등은 최악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높다"면서 "광복절 등 국민 정서가 더해지면 불매운동은 더욱 영향력이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아베가 야스쿠니 신사참배 등의 카드를 꺼내들 경우, 국내의 반일감정은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전진 기자 ist1076@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