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후쿠시마 제1원전에 쌓아둔 고준위 방사성 오염수 100만t을 바다에 방류하려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일본의 무책임한 태도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
8일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 서울사무소 측은 지난 6일 원자력 분야 전문가인 숀 버니 그린피스 수석이 ‘이코노미스트’에 기고한 ‘일 방사성 오염수에 한국 노출 위험 커져’라는 글을 페이스북에 공유했다.
숀 버니 수석은 “아베 내각과 도쿄전력이 후쿠시마 제1원전에 쌓여있는 고준위 방사성 오염수 100만t 이상을 태평양에 방류할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며 “오염수 100만t을 바다에 흘려 보내면 17년에 걸쳐 물 7억7000만t을 쏟아부어 희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오염수가 해류를 타고 바다를 순환하기 때문에 태평양 연안 국가들도 방사성 물질에 노출될 수 있다. 특히 한국은 위험에서 벗어나기 어렵다”고 했다.
숀 버니 수석은 일본 정부를 향한 비판 의견도 냈다. 그는 “불리한 뉴스가 나오면 아베 내각은 해명하기를 포기하고 아예 침묵한다”면서 “모래 더미에 얼굴만 처박고 있으면 주변의 위협이 사라지리라 기대하는 타조같다”고 말했다.
방사성 오염수 방류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 2013년 8월 도쿄전력은 후쿠시마 원전 내 오염된 지하수가 부지 내 항만으로 유출되고 있다고 공식 인정했다. 이듬해부터는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 위원장이 방사능 오염수 해양 방출을 지속적으로 주장했다. 올해 초에도 오염수를 해양에 방출하려 했으나 후쿠시마현과 인근 지역 주민 반대에 부딪혀 무산됐다.
일본이 방사성 오염수를 방류하려는 이유는 비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기 때문이다. 그린피스에서 지난 1월 발표한 ‘도쿄전력의 방사성 오염수 위기’ 보고서에 따르면 도쿄전력은 후쿠시마 다이치 원전 1~4호기에 고준위 방사성 오염수 111만t을 보관 중이다. 그런데 오염수가 매주 2000~4000t라는 빠른 속도로 늘어나는 탓에 처리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오염수 해양 방출은 방사성 물질 제거 기술 등 다른 대안들에 비해 비용이 적게 들고 소요 기간도 짧다.
그동안 오염수가 해류를 타고 동해에 곧바로 유입될 가능성은 적다는 이유로 경각심이 크지 않았다. 동해 바닷물은 대한해협으로 유입돼 쓰가루 해협을 통해 태평양으로 빠져나가고, 후쿠시마 연안 바닷물은 크루시오 해류를 따라 북상해 미 서부 해안을 향해 흘러가기 때문이다.
최경숙 시민방사능감시센터 활동가는 “일본은 지금 도쿄올림픽을 1년 앞두고 있기 때문에 당장은 방류하기 어렵다고 본다. 일본 정부도 ‘방사능 올림픽’ 논란은 예상치 못했을 것”이라면서 “오염수뿐 아니라 오염토도 처리가 안되고 있다. 일본 정부가 오염토로 제방을 쌓는다거나 도로, 농지에 쓸 계획도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도쿄올림픽이 끝나면 이런 문제들이 한꺼번에 터져 나올 것”이라고 봤다.
그러면서 “방사성 오염수 방출은 인접국가에 대한 핵 테러나 다름없다”며 “일본은 인접 국가에 제대로 된 사과 조차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일본 정부가 오염수 방류와 관련해 사과한 것은 지난 2011년 인접국에 사전통보도 없이 오염수 1만1500t을 무단방류한 뒤 비판이 쏟아지자 “비상 사태라 반드시 필요한 조치였으나 이웃 나라에 심려를 끼쳐 대단히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사과한 게 마지막이다.
최 활동가는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대응을 촉구했다. 지난 2011년 국가정보원이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사고 당시 ‘방사능이 한반도로 유입될 수 있다’는 국립환경과학원 실험결과 공개를 막는 등 문제를 쉬쉬하는 데 급급했다는 지적이다. 그는 “이명박, 박근혜 정부 때만 하더라도 후쿠시마 사고로 원전 사업에 타격이 갈까 봐 소극적으로 대응했던 것 같다”면서 “이제라도 정부 차원에서 국제사회와 연대해 일본의 방사성 오염수 방류를 규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