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이 북한이 남한을 향해 “우리가 대화에 나선다고 해도 조미 사이에 열리는 것이지 북남 대화가 아니라는 걸 똑바로 알아두라”고 막말을 한 것을 두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몸이 달았다”고 분석했다.
정 전 장관은 12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북미회담 책임이 외무성으로 넘어와서 리용호 외무상이 아세안 지역 안보 포럼(ARF) 회의에도 가지 못할 정도로 바쁘게 준비를 하고 있는데 어떻게 보면 미국이 전혀 셈법을 바꾸지 않고 있다”면서 “내년 말까지 끝내야만 되는 국가 경제 발전 5개년 전략이 지금 진도가 하나도 안 나갔기 때문에 금년 중 북미 정상회담이 열려야 된다고 하는 절박감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 언론에서 자꾸 통미봉남, 통미봉남 그러는데 정확하게 말하면 ‘선미후남’”이라며 “미국과의 관계를 먼저 개선하지 않으면 또는 미국과의 대화를 통해 비핵화 과정이 시작되지 않으면 개성공단이나 금강산 관광 같은 우리 기업들의 대북 투자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표현”이라고 주장했다.
북측이 자극적인 표현을 잇따라 쓰는 것에 대해서는 “그전에도 북한이 가끔 정말 절실히 우리 도움이 필요할 때는 애들 문자로 약을 올린다”면서 “그건 ‘너 그러지 말고 똑바로 해’라는 얘기다. 매사 왜 미국한테 물어보고 하느냐. 우리민족끼리 하기로 약속했으면 그 정신에 입각해서 좀 해 줄 건 해 줘야 되는 거 아니냐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정 전 장관은 “문재인 대통령이 ‘평화 경제론’을 언급한 다음 날 북한이 미사일을 쏴서 모양새는 안 좋게 됐다”면서도 “8.15 경축사를 계기로 뭔가 좀 새로운 방안이 나오면 된다. 북한의 막말은 속상해서 하는 소리”라고 재차 강조했다.
또 “북미 실무협상이 그렇게 쉽지는 않을 것”이라며 “판문점에서 지난 6월30일 만났을 때만 해도 차관보급 정도 협상 후 바로 북미 정상회담으로 넘어가는 걸로 얘기를 했는데 다시 지금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과 리 외무상의 회담을 생각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GSOMIA)에 대해서는 오는 24일까지 ‘NCND’로 나가야 한다고 발언했다. NCND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다’(Neither Confirm Nor Deny)는 표현이다. 정 전 장관은 “우리가 지소미아를 취소 또는 연장한다고 빨리 결정을 내리게 되면 그걸 지렛대로 삼아 일본에 대한 수출 규제를 조절할 수 있는 미국의 협상력이 없어진다”면서 “미국을 상대로 해서 우리가 지소미아에 대한 입장을 계속 검토한다는 식으로 해서 미국의 몸이 달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미국이 나서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압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